지난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첫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깜짝 발표’를 했었다. 물리탐사 결과 동해안 영일만에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세계적 기술팀에게 의뢰한 결과 매장량이 최고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매장량 1/4이 석유일 것이라는데 그 35억 배럴은 우리나라 연간 석유수입량이 약 10억 배럴이니 4년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에 한국석유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추 승인을 받아 12월 중순부터 포항 동쪽 50㎞ 떨어진 8광구와 6-1광구에서 시추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것이며 확률은 20%로 보고 있다. 매장이 확인되면 석유가스전을 개발하게 되는데 2028년까지 탐사 시추를 하고 2035년부터 상업 개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석유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6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포항에 석유가 난다’며 작은 병에 든 석유를 마셨고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일어나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석유가 아니고 정제된 경유로 밝혀지면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렸다. 만약 그때 석유가 나왔다면 막 철강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포항제철은 어떻게 될까? 하고 염려도 했었다.
3년 후 한국석유공사가 설립되고 대륙붕 탐사를 계속한 결과 1987년 심해 가스층을 발견하며 1~8광구를 설정하였으며, 그중 8광구는 최대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보아 바다에서 제일 큰 동물인 ‘대왕고래’라 명명했다고 한다. 앞으로 국력을 기울여 대왕고래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매장량 140억 배럴인 세계 15위권의 산유국이 되는 것이다. 사실 2002년 김대중 대통령 때 ‘동해-1’ 해양플랜트 기공식을 갖고 2년 후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오다가 2021년에 중단하고 현재 시설을 철거 중이다.
포항의 옛 지명은 신라시대 때 퇴화현(退火縣)이라 했다. ‘불이 꺼졌다’는 뜻이니 아마 옛날부터 가스가 나와 불길이 치솟은 것은 아닌지? 포항 지역은 지하자원 매장 가능성이 높은 신생대 3기 지질이고 최근까지 철길공원의 ‘불의 정원’에는 가스가 타고 있었다.
작년 8월까지 15년간 탐사했던 호주의 석유개발 회사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만 더 발전된 방식으로 유전을 찾아내어 푸른 동해바다에 커다란 대왕고래가 헤엄치는 꿈을 이루듯 우리 기술로 거대한 해양플랜트를 세워서 지구 속 에너지를 퍼올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탄소중립 계획에 반대되는 일’이라면서 메탄가스 배출량이 크고 시추와 개발에 10년 이상 소요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와 석유를 생산하는 에너지 부국으로 장밋빛 경제 효과를 가져오게 되면 ‘바다가 흥한다’는 흥해(興海)의 예언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포항은 최근 2차 전지와 바이오 산업에 이어 수소연료 특화단지를 구축하여 3관왕을 이루었으니 해양 석유개발이 현실화 되면 금상첨화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