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베를렌(이건우 옮김)
열매, 꽃, 잎사귀, 나뭇가지 여기 있어요,
그리고, 그대만을 향해 뛰는 나의 가슴 여기 있어요.
그대 하얀 두 손으로 이 가슴 찢지 말아요,
하찮은 선물 그리도 아름다운 두 눈으로 반겨주어요.
나 왔어요, 아직도 이슬에 젖어 있어요,
이마에 맺힌 이슬 아침 바람에 얼어요.
그대 발치에 누워, 지친 이 몸 달래줄
귀하디귀한 그 순간들 꿈꾸게 해주어요.
그대 어린 젖가슴에 나의 머리 묻게 해주어요
그대의 지난번 입맞춤 소리 아직도 울리고 있는
이 머릿속 달콤한 폭풍 가라앉게 해주어요,
그대 누웠으니 내 잠시 잠들 수 있게 해주어요.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폴 베를렌의 시. 현대엔 써지기 힘든, 절절하게 구애를 표현한 시다. 이슬 얼 정도로 찬 바람 부는 아침에 ‘그대’에게 달려온 화자. “지난번 입맞춤”을 잊지 못하기에. 그의 머릿속은 그 키스의 기억이 일으키는 “달콤한 폭풍”으로 폭발 직전이다. 이 격렬함을 달랠 수 있는 건 그대밖에 없으니, 그는 자신의 “가슴 찢지 말”기를, 추위에 떠는 자신을 달래주기를 ‘그대’에게 빌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