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윌러 윌콕스 (이루카 옮김)
사랑을 잃으면 밤이 찾아온다
아침 햇살은 아직 빛나건만
하늘을 떠 가는 배 모양 구름은 보이지
않고
구름이 있던 자리에는
햇빛의 영광마저 사라진다
산마루에 감돌던 광휘도 사라지고
눈에 맺히는 경치는 아름답지 않네
사랑을 잃으면 보이는 모든 것이
활기를 잃고 처량하다
사랑은 인생을 화사하게, 단단하게 바꾸고
사랑은 떠날 때 슬픔을, 그늘을 남기고
유령처럼 윤기 없는 시간은 느릿하게 지
나간다
슬픔에 빠졌을 때 위안이 되는 생각은 우
리 모두 죽는다는 것
아, 사랑을 잃으면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윌콕스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여성 시인. 이 시에서 그녀는 “사랑을 잃으면” 어떤 일이 벌어나는지 절절하게 읊는다. 낮도 밤처럼 어둡고, “보이는 모든 것이/활기를 잃고 처량”하게 되며, 삶의 시간은 “유령처럼 윤기 없”고 “느릿하게 지나간다”는 것. 사랑을 잃어본 자는 이 구절이 정말이라는 것을 잘 알 테다. 이 고통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위안은 “우리 모두 죽는다는” 사실뿐이라는 것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