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휼
새는 바람이 쓰는 문장
울음의 외적 범주에 속합니다
아무것도 쥘 것 없는 나무가
쓸쓸한 영혼으로 흔들리는 오늘 같은 날은
움켜쥔 것을 잠시 내려놓고
메아릴랑 미련 없이 돌려보내요
(중략)
잘 보면 날개 안에 추신이 있는
새는 지상으로 띄우는 편지
가지들 흔들리는 숲에서
아닌 척 눈 감는 나무의 쓸쓸한 영혼이
당신께 보내는 바람의 외전입니다
새와 나무는 친구, 새는 나뭇가지에 앉아 나무의 마음을 듣고 하늘로 날아간다. 나무는 고독하게 한 곳에 서서 다만 흔들릴 수 있을 뿐이어서, 저기 ‘당신’에게 전할 말이 있어도 전할 수 없다. 하나 새가 나무의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 시에 따르면 나무의 마음은 바람으로 발현되고, 이 바람이 새를 빌어 문장으로 표현된다. 하여 나무의 ‘쓸쓸한 영혼’은 새가 쓴 ‘편지’를 통해 지상의 ‘당신’께 전해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