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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瑞雪)

등록일 2025-11-13 15:54 게재일 2025-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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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세

눈(眼)이 눈물을 덮어주지 않으면

흐르는 눈물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흐르기만 할 것이다.

 

가죽이 상처를 덮어주지 않으면

아픔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아프기만 할 것이다.

 

목숨이 세월을 덮어주지 않으면

세월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내 생성(生成)의 거룩한 바늘들을 다 털어

모다 다 털어

덮어주리라, 덮어야 할 것들을

 

….

소설가로 잘 알려진 천승세의 시. 위의 시는 한 인간의 세계 사랑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시적 발상이 뛰어나다. 눈이 눈물을 덮어주기에 흐르는 눈물은 멈출 수 있었다니. 가죽이 상처를 덮어주었기에 상처는 아물 수 있었으며, 목숨이 세월을 덮어주었기에 세월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니. 작가는 다짐한다. “내 생성의 거룩한 비늘들을 다 털어” 아픈 것들을 덮어 보살피겠다고. 그 비늘들이란 문학일 테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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