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승세
눈(眼)이 눈물을 덮어주지 않으면
흐르는 눈물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흐르기만 할 것이다.
가죽이 상처를 덮어주지 않으면
아픔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아프기만 할 것이다.
목숨이 세월을 덮어주지 않으면
세월은 보살핌 하나 없이, 영원히
있어야만 할 것이다.
내 생성(生成)의 거룩한 바늘들을 다 털어
모다 다 털어
덮어주리라, 덮어야 할 것들을
….
소설가로 잘 알려진 천승세의 시. 위의 시는 한 인간의 세계 사랑을 보여주는데, 무엇보다 시적 발상이 뛰어나다. 눈이 눈물을 덮어주기에 흐르는 눈물은 멈출 수 있었다니. 가죽이 상처를 덮어주었기에 상처는 아물 수 있었으며, 목숨이 세월을 덮어주었기에 세월은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니. 작가는 다짐한다. “내 생성의 거룩한 비늘들을 다 털어” 아픈 것들을 덮어 보살피겠다고. 그 비늘들이란 문학일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