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로
꽃은 벼랑에 매달려 핀다
새는 벼랑에서
한 걸음,
더 간 곳에 있다
꽃과 새는 서로
연민한다
떨어진 꽃자리
새는 앉지 않는다
새가 진 자리
꽃 또한 터 잡지 아니한다
….
벼랑에 ‘매달려’ 존재해야 하는 존재자들이 있다. 위 시의 꽃과 새가 그렇다. 하나 그 매달린 이들은 이웃이 되곤 한다. 이들은 서로의 곤궁함과 눈물을 이해한다. 하여 서로를 연민한다. 연민은 존중을 낳는다. 결국 고생하다 삶을 마친 이들이 ‘진 자리’를 탐하지 않는 것으로 이 존중은 표현된다. 새가 “떨어진 꽃자리”에 앉지 않고 꽃이 “새가 진 자리”에 “터 잡지 아니”하듯이. 힘든 이들의 존재론을 보여주는 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