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야당의 반민주적 입법 폭주와 정치공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며 맞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이며 법안 수로는 9건 째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독소 조항이 제거되면 합의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특별)법안 자체가 조사위원회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여러 독소조항이 있고, 국회의장이 중재해서 여야 협상이 90% 가까이 이뤄진 안과도 훨씬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재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과 여전히 고통받고 계신 피해자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조사위원 11명 중 야권 추천 인사가 7명으로, 특조위 구성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면서 “특조위가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의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해 재탕·삼탕 기획조사의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무리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해 이를 총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아내의 범죄 의혹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부족해서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이 바란 것은 보상이 아니라 오직 진상규명”이라며 “사회적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에 무슨 명분이 있고 실익이 있으며, 어떻게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말인가.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의요구권 행사와 별개로 정부는 이날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한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특별법 재의요구 의결에도 특별법의 취지를 반영해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범정부적으로 수립,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신속한 배상·지원을 하기로 했다. 또 종합대책 추진을 위해 국무총리를 포함해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구성하고, 영구 추모시설도 유가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건립할 계획이다.
/박형남·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