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에서 종교는 어떻게 시작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왔을까?
600만년전 유인원에서 분기된 인류는 이후 수백만년 동안 본능적인 일상을 영위하다 7만년전쯤 인지혁명을 이루면서 종교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지혁명을 통해 상상력을 갖게 된 인류는, 원시종교를 통해 당시 혈연·지연 집단의 위계질서에 초월적인 정당성을 부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시종교로는 주술사(샤만)와 주술이 중심인 ‘샤마니즘’과 혈연·지연집단이 동·식물 등을 공통 조상 내지 결합 관계라고 믿고 숭배하는 ‘토테미즘’이 있다.
또 ‘세상의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으며 이를 숭배하는 영혼신앙 ‘애미니즘’이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 E.B 타일러는 1871년 저술한 ‘원시문화’에서 ‘원시인들은 꿈과 죽음에 대한 경험을 통해, 영혼이 있다고 여겼다’면서 ‘애미니즘 사고는 종교의 기원인 동시에 근본 원리’라고 주장했다.
1879년 스페인 북부지역에서 발견, 구석기 후반 BC 1만3천년쯤으로 추정되는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당시 ‘사냥감이 많이 잡히길 바라는 주술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
벽화 모델은 들소와 사슴, 멧돼지 등이었다.
인류는 1만2천년전쯤 농작물 재배와 가축 사육 등의 농업혁명을 이루면서 원시종교 역시 혁명을 맞게 한다.
구석기시대 인류는 ‘애미니즘 사고에 따라, 동·식물 등을 우리와 동등한 지위와 자격’으로 여겼다.
당시 인류는 ‘영혼이 있는 동·식물 등을 사람과 교감하는 대상, 즉 세상의 공동의 주체’로 대우했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혁명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인류는 가축이나 농작물 등을 우리와 대등한 관계에서 소유물로 격하시키는 한편 상상 속의 신(神)을 종교적 카운트 파트너로 선택하게 된다.
인류의 종교 무대에 ‘풍요의 신’이나 ‘하늘의 신’, ‘의약의 신’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것.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를 통해 ‘농업혁명 이후 인간은 신과 동·식물 등의 중간 매개 역할을 자처하게 된다’면서 ‘이후 인류는 동·식물을 지배하는 대신 신에게는 헌신하는 상상의 법적 계약 관계를 갖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부터 인류는 지구 생태계에서 절대자로 격상된다.
그로부터 수천년이 지난, 지금으로 부터 5천500여년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세계 첫 문명 등이 발현한 후 왕국 등 사회 규모가 커지면서 ‘체제 권력과 권위를 보완’해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가 필요해진다.
이때 다신교의 초월적인 신들이, ‘왕 등의 권력을 인정하는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체제 유지에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현대에 다신교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유발 하라리는 “지난 수천년간 일신교에 세뇌 당한 인류가, 다신교를 무지하고 유치한 우상숭배로 본다”면서 “그것은 다신교에 대한 부당한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한다.
다신교는 개방성과 다양성, 폭넓은 종교적 관용 등을 가졌기 때문에, 인류사에서 극단적인 종교 갈등인 최소한 ‘이교도 처형’은 없었다.
다신교였던 과거 로마·이집트·아즈텍제국 등의 경우 피정복민들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대신 그들의 종교를 수용하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보였던 것.
다시 세월이 흐른 후 ‘우리의 신만 유일신’이라는 일신교들이 인류사에 등장한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이 대표적으로 보인다.
이들 일신교는 보편적인 가치 등을 내세워 세계적 종교로 크게 성장하며 현대까지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2천여년전 석가모니와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등 세계 4대 성인 탄생을 즈음해 일신교 등 종교와 철학이 본격 등장한 이유를, ‘철기문화’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3천여년전 히타이트제국의 철기문명이 서서히 확산된 후 인류의 잉여 경제력은 매우 급증했다.
이에 고도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여유가 생긴 반면 생존 전쟁은 치열해지자, ‘생과 사’를 다루는 종교·철학에 대한 ‘인류의 욕구’가 분출됐다는 것.
현대에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공산주의, 민족주의, 인본주의 등을 종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본주의는 인간을 신성시 하는 인류 중심주의 종교로, 자본주의는 현대에 가장 성공한 종교로 보기도 한다.
과거 수천년 동안 종교는 인류를 분열 시키고 차별하는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면 종교가 갈라진 인류를 통합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해 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과학과 종교’ ‘진화론과 창조론’, ‘이성과 감성’등은 인류의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