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만물의 영장이 됐을까?
600만 년 전 유인원에서 분기된 후 직립보행으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두뇌가 발달했으나 불과 수십만 년 전까지 조잡한 석기를 사용했던 인류.
우연히 불을 이용하면서 생존 가능성은 높였으나 여전히 맹수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인류.
별 볼일 없던 인류가 갑자기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로 급부상한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때문으로 보고 있다.
7만 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는 네안데르탈인, 동아시아에는 데니소바인이 살고 있는 등 당시 지구에는 여러 종의 인류가 존재했다.
동아프리카에는 치아와 턱이 작아지고 뇌용량도 현대인과 비슷한 현생인류 사피엔스종이 살고 있었다.
이때쯤 사피엔스는 아라비아 반도와 유라시아 전체로 번져 나가는 동시에 인지혁명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지혁명은 우연히 인류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뇌의 내부 배선이 바뀌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인류가 상상력울 가지면서 전설과 신화, 종교가 등장했고 더 큰 집단과 더 원활한 인간 협력관계를 만들게 된 것.
또 언어 사용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 취득과 저장, 소통이 이뤄지면서 인류의 두뇌는 더욱 발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피엔스는 배, 활과 화살, 바늘, 예술품, 장신구를 만들어냈고 상업과 장거리 교역, 문화, 교육, 신념 등도 창조한다.
하지만 인류의 인지혁명은 호주대륙 등의 동물들에게는 큰 참극이었다.
4만5천년전 인류가 바다를 건너 호주에 정착한 후 대형 캥거루(2m)와 왕도마뱀(5m) 등 대형 동물 24종 가운데 23종이 인간의 사냥에 의해 모두 멸종했다.
인도네시아와 북극해 랭켈섬, 뉴질랜드, 아메리카 대륙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월이 흘러 기원전 1만년 전후.
인류는 터키 동부와 이란 서부지방 등지에서 농업과 가축을 키우는 농업혁명을 맞게 된다.
밀과 완두콩, 올리브 나무, 포도를 재배했고 염소는 BC 9천년, 말은 BC 4천년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인구도 팽창해 BC 1만년에는 인류가 500만∼800만명에 불과했으나 AD 1년에는 농부만 2억5천만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커진 부락이 도시가 되고 지배 엘리트층이 생기면서 다시 국가와 제국으로 발전한다.
BC 8500년 터키 여리고의 주민 수는 수백명에 불과했으나 BC 5천년 메스포타미아에는 수만명 규모 도시가 생기기 시작한다.
효율적인 작물 재배를 위해 달력이 생기고 법과 정치체제 그리고 문자와 숫자가 발명된다. 문명과 문화가 발전하면서 유기적으로 사람들의 인지 능력도 높아진다.
이로써 인류는 ‘역사의 세계’로 진입할 준비를 마치게 된다.
하지만 농업혁명 역시 지구의 생태계에 많은 비극을 초래했다.
기득권층은 모든 사회에서 법과 종교를 이용, 피지배층을 지배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가축에서 비롯된 홍역, 결핵, 천연두, 백일해, 인플루엔자 등 전염병들도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또 과거 599만년 동안 나무에 기어 오르고 동물을 뒤쫓는 등 수렵채집 생활에 익숙했던 인류가, 농사일을 하다 보니 디스크탈출증과 관절염, 탈장 등 새로운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가축들도 점점 비참해져 현대의 닭은 생후 3개월만에, 수송아지는 4개월 만에, 수퇘지는 6개월만에 인류의 식량이 되기 위해 모두 도살된다.
모두 꼼짝달싹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서 살만 찌워지는 고통을 겪다 자연수명의 3%도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젖소의 경우 임신과 출산을 서너 달 간격으로 반복하다 결국 생후 5년만에 도살된다.
현대과학은 ‘현재 지구의 최고 절대자가 된 인류에게는 은밀한 비밀이 두 가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인류는 동물과 다른 영적인 존재로 여기고 싶지만, 여전히 ‘거대 영장류의 한 과에 불과하다’는 것.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차이는 1.6%다.
또다른 비밀은 인류에게는 진화 과정에서 ‘문명화되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 등 형제 자매가 많았다’.
우리 모두는 약 250만년전 오스랄로피테쿠스가 공동조상이지만, 이후 유럽과 아시아에서 각각 진화하던 네안데르탈인 등이 어느 시기 모두 멸종해 버렸다.
사피엔스는 대략 30만년전에 출현했다.
인류 역사가 이러한데 과연 우리 사피엔스종은 언제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