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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 추구’, 중국 춘추 오패의 교훈

등록일 2023-12-10 18:31 게재일 2023-12-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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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홍 부국장
박진홍 부국장

인류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는 항상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더 나아가 ‘높은 자리’는 침탈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위태로운 삶의 숙명을 가졌다.

진화론에 따르면 지구 모든 생명체는 ‘번식·생존의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 서로 충돌 하는 필연성을 보여 준다. 역사가 증명하듯,‘번식과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권력과 재물’에 대한 인간의 욕망 역시 끝이 없다. .

그러나 끝없는 욕망은 결국 불행으로 귀결됨을, 중국의 대표적인 권력 투쟁사인 ‘춘추 5패’에서 잘 드러난다.

BC 1046년 중국 고대 주나라 무왕이 목야전투에서 은나라 폭군 주왕을 꺾고 중원 대륙을 차지하면서,‘중국인 마음의 고향’ 주나라 역사가 펼쳐진다.

하지만 BC 771년 주 유왕은 애첩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외적이 쳐들어 왔다’는 양치기 소년 게임을 거듭하다, 실제 견융의 침략에 지방 제후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유린당하게 된다.

유왕이 살해되고 도읍을 동쪽의 낙읍으로 옮기면서 서주의 역사는 끝이 난다.

이때부터 동주와 함께 중국 춘추시대(BC 771∼BC 453년)가 시작된다. 봉건시대인 주나라 춘추시대의 특징은 힘이 약화된 왕실이 명목상 천하의 주인일뿐, 실제로는 지역 제후 가운데 회맹에서 맹주로 뽑한 패자가 천하의 주도했다.

패자들의 명분은 ‘주왕실을 보호한다’는 존왕양이(尊王攘夷)였지만, 치열한 생존 경쟁은 계속됐다. BC 91년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춘추시대 300여년동안 주왕이 봉한 제후국은 140여개국에 달했다.

이 중 멸망한 나라는 60여개국, 살해된 군주가 40여명, 전쟁 횟수만 1천200회가 넘는다. 오죽하면 이때를 ‘국가가 봄에 건국했다가 가을에 지는 춘추(春秋)시대’라고 했겠는가!

생존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제(齊)나라 환공(桓公), 진(晉)나라 문공(文公), 초(楚)나라 장왕(莊王),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 등이 당시 중국의 패자로 번갈아 등장하게 된다.

중국 대륙을 호령하는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재력을 가진 ‘춘추 오패’.

하지만 이들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화려한 이면에 참담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난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을 재상으로 등용해 부국강병에 성공하며 남방의 오랑캐들을 막아내 첫번째 패자로 등극한 제 환공.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제환공은 관중이 죽은 후 간신들에게 의지하다 ‘권력의 레임덕’에 빠지면서 별궁에 갇혀 굶어 죽고 만다. 두달간 장사를 못지내면서 시신의 구데기가 별궁 담장 밖으로 나올때 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두번째 패자 진문공의 삶도 기구하고 파란만장했다. 아버지 헌공의 젊은 애첩이 자신의 어린 아들 혜제의 태자 책봉을 도모하자, 진문공은 19년간의 춥고 배고픈 험난한 망명생활을 겪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이복동생 이오가 먼저 왕이 됐다. 그러자 진문공은 동생의 극심한 암살 위협에 시달리다 겨우 62세에 귀국, 9년간 왕위에 올랐다.

세번째 패자 초장왕의 가족사는 처절했다.

초장왕의 아버지 목왕은, 그의 아버지 성왕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성왕 역시 늦장가로 얻은 애첩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 주려 했다.

이에 목왕은 ‘이복동생이 왕이 될 경우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쿠데타를 일으켜 아버지 목왕을 자결케 했다.

왕위에 오른 초장왕은 조정 대신들의 권력과 파워게임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 3년간 주색잡귀에 빠진 척하며 간신과 충신을 가린 후 일거에 정권을 장악한다.

이때 나온 유명한 고사성어가 ‘삼년동안 울지도, 날지도 않는다’는 불비불명(不飛不鳴)이다.

네번·다섯번째 패자인 오 합려와 월 구천은 2대에 걸쳐, 서로 죽고 죽임에 시달리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기구한 운명이었다. 오 합려는 숙적 월나라를 침공하다 월 구천에게 대패한 후 부상으로 사망한다.

이에 합려의 장자 부차는 장작 위에서 잠을 자며 오자서의 도움을 받아 월나라를 재침공해 승리한다. 오나라로 끌려간 구천은 부차의 하인으로 전락해 목숨을 구걸한 후 매일 쓴 쓸개를 핥으며 심기일전,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 구천에게 패한 부차는 자결한다.

높은 자리나 많은 재물을 가진 사람은 항상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노자는 무위(無爲)사상을 통해 ‘다른 사람 보다 앞서면, 시기 질투를 받아 위험하다’며 ’아무것도 하지 말라(無爲)’고 했다.

역사는 ‘평범한 삶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많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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