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그리다 어반 스케치 여행 <br/>⑪ 청하 공진시장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인 채 남아있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채로
함께하는 사람과는 함께인 채로
누구도 떠나지 않고
무엇도 끝나지 않으며
그렇게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렸을 땐 이야기의 끝이 무서웠다.
그들의 행복이 영원할지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으므로.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그들의 손 한번 잡아 볼 수 없고
숨결 한번 느껴 볼 수 없으므로.
그럼에도 이야기의 끝이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시간이 멈춘 청하 공진시장을 거닐며
공기에 벽돌에 슬레이트 지붕에 스며 있는
사랑과 따스함을 만져 볼 수 있다는 것이.
크릴새우 먹는 펭귄과
바다사자 먹는 북극곰이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곳에
우리도 크고 작은 발을 얹어 볼 수 있다는 것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그를 사랑하듯
내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멈춘 이야기 속에 우리 이야기 한 스푼 섞어서
다시 한번 이어 나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