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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을 사랑하자

등록일 2023-10-12 20:02 게재일 2023-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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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올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지 577년이 된다. 비가 올 듯한 날씨에 베란다 밖으로 태극기를 달고 고개 내밀어 살펴보니 130여 가구의 아파트 벽면에는 다섯 집 정도가 걸려있다. 국경일에 대한 국민 의식이 좀 더 고양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기념식 중계방송을 보며 한글날 노래를 3절까지 따라 불러봤다. ‘한글은 우리 자랑이요 문화의 터전이며 생활의 무기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라고 다짐하고 보니 한글과 우리말 사랑의 마음이 잔잔히 일어난다. 한글은 4글자(ㅿㆁㆆㆍ)가 없어지고 자음 14자, 모음 10자 총 24자로 소리가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글자이다.

요즈음 글을 읽다 보면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말들이 있다고 한다. 말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변화한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의 휴대폰 대화와 문자전송 등에서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따른 지식으로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유행되기도 하여 우리말에 편입되거나 짧게 유행하고는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특히 한글은 거의 모든 발음을 나타낼 수 있기에 한자어나 외래어로 유입된 지 오래되어 발음이 변하여 고유어로 오인되는 귀화어(歸化語)도 상당히 많다. 우리 고유어라고 생각되는 단어들이 외래어일 수도 있고, 순우리말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명확하게 가려내는 것이 어렵기에 논란도 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한자문화권에 들어있어서 한자에서 유래된 단어가 많고 일제 36년을 거치면서 기초적인 단어는 일본어로 대체되었으며 또 나라가 발전하며 서방 국가들과 많은 왕래로 영어가 스며들었다. 이러한 언어문화 변화의 다양화로 우리 고유어가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고 그 유입을 차단하기란 불가하고 또 적합하지도 않아 다른 방향의 언어순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개념이 들어올 때 한자어를 이용하기 편하고, 고유어를 한문으로 음역(音譯)하면서 그에 비슷한 한자를 쓴 결과 순수한 우리말과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글을 쓰면서 가능한 한 순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함축된 뜻을 전하려면 한자어를 쓰는 것이 나을 때도 있다.

순우리말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순우리말인 줄 알았던 바람(風)과 가람(江)이 고대 중국어에서 왔고 붓, 쇠도 어원은 중국어에 있다고 하니 놀랍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선조들은 중국대륙에서 옛 문화를 공유한 탓이라고 봐야할까? 감자 고추 대추도 한자어의 변형이며, 심지어 김치도 침채(沈菜)라는 어원을 갖는다는 설도 있다. 이와 반대로 한자어로 오해받는 순우리말에는 근심, 마감, 거문고 등이 있고 생각도 생각(生覺)이 아니란다. 우레도 우뢰(雨雷)가 아닌 순우리말이고 에누리도 일본어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고유어로 착각하는 것에는 가짜, 공부, 귤 그리고 수를 셀 때의 ‘개(個)’도 한자어이고 냄비, 가방은 일본어, 담배와 빵은 포르투갈 언어라고 한다.

캘리그라피 공부를 하며 외래어 같은 순우리말 몇 개를 듣고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자연 그대로 변함없는-온세미로’ ‘사랑하는 사이-예그리나’ ‘즐거운 내일-라온하제’ 등 순우리말을 많이 사용하여 꽃가람 흐르는 ‘세상의 중심-가온누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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