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맑고 높푸르러지니 바람의 결조차 달라져 한결 선선하다. 무성하게 자라던 초목은 성장을 멈추고 들판의 곡식은 정갈한 햇살을 받아 여물어간다. 아침 저녁의 선들선들한 기온에 한낮의 무더위가 스멀스멀 꼬리를 감추며 사라져가는 초가을, 알곡이 여물고 과실이 익어가는 9월은 열매달이라고도 한다. 어정거리던 칠월을 지나 동동거리던 팔월의 가슴을 선선한 바람 결에 쓸어 내리는 가을의 어귀로 접어들고 있다.
‘지구의 손가락이 궁서체로/공중에 ‘가을’ 한 글자 적으면//무성해 소란스럽던 무더위는/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고//그간 쪼그라들었던 가을바람은/고추잠자리 날개 펼치듯/오금을 쭉 펴고 일어나지//풋풋한 가을이 자박자박 걸어오지’
·남정림 시 ‘초가을’전문
가을을 찬미라도 하듯이 도처마다 즐비하게 울리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자연의 합주곡마냥 정겹게 들린다. 하늘 높이 떠가는 흰구름이 바람의 시를 쓰고, 또렷하면서 청아하게 울리는 풀벌레들의 합창이 풀숲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계절의 시계마냥 그냥 보이고 저절로 들리는 자연의 시와 음악이 넉넉한 세상의 배경이 되듯이, 사시사철 나눔과 베풂으로 사회 곳곳을 밝고 따스하게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세상을 숨쉬게 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로 소리 없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담은 ‘아세만사(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음악회가 바로 내일(7일) 포항의 효자아트홀서 열리기에 이채롭고 신선하기만 하다.
봉사활동하기 좋은 9월에 마치 자원봉사의 손길과 땀방울을 찬탄하는 양 풍성하고도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향연이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된다. 필자도 조금씩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봉사자들은 자신의 있는 시간 없는 시간을 내거나, 심지어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자원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도 무엇 하나 보상이나 위안을 삼기가 머쓱했었는데, 이번에 포항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감사 뮤직 콘서트가 오랜 준비 끝에 열린다기에 여간 반갑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난타와 대중가요, 악기 연주, 시낭송, 밸리댄스 등의 자원봉사 출연진이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1부),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우는 사람들(2부), 봉사함에 행복한 당신이 있어(3부), 세상은 아름답습니다(4부)’ 등의 테마로 공연을 펼치는 것은 봉사자들의 노고와 기여에 대한 감사와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제공을 위한 정성과 노력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출연진들 모두가 재능기부나 자원봉사로 나섰기에 한결 의의가 크지 않을까 싶다.
가을 마중을 하듯이 밖에서는 풀벌레들의 세레나데가 들려오고 안에서는 음악의 선율과 시의 향기가 흐르고 있으니 과연 가을의 길목에 어울리는 절묘한 하모니랄까,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화음인 듯하다. 아름다운 봉사의 손길이 문화와 예술로 승화되고 삶의 힘이 되듯이, 누구나 편하게 참여하고 부담 없이 어울려 자원봉사의 진정한 보람과 가치를 느끼기를 기대해 본다. 봉사는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최상의 덕목이자 가없는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