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를 위한 것이라면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말도 자식을 위한 것이라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의 밥줄을 끊는 것도 서슴없이 한다. 자신의 정치적인 야망을 위해서는 국민도 나라의 장래도 안중에 없다. 같이 한다는 생각보다는 상대를 누르려고만 하고 잘못에 대한 사과는 미적거린다. 언제부터 이렇게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까. 음식 프로그램에서는 오래된 장맛을 칭송하는데 일상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본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남의 잘못에 대하여서는 조그만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잘 숙성된 김치를 먹는 문화민족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갖은 이유를 대어가며 잘못에 대한 사과를 미루다가 사회의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서 하는 사과가 계속된다. 사과하는 자리에서도 변명만 늘어놓는 일로 사과를 대신한다. 그렇게 하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사과를 받는 사람도 석연치 않은 사과에 마음만 불편해진다.
사과는 책임의 소재를 명백히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피해를 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밝히고 피해 보상하여야 한다. 아울러 자기 행동에 대한 반성과 정중하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사과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미사여구로 포장된 화려한 문구가 아니라 거짓 없는 마음만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수습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과는 사과의 정석으로 통한다.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삼성서울병원의 사과 주체와 잘못을 구체화하고 책임 소재도 명확히 했다. 아울러 개선 방향을 밝히고 치료에 전념한 의료진에 대하여서 배려한 점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오히려 삼성 그룹의 주가는 올라갔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사과에는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세계인 잼버리 대회가 새만금에서 열렸다. 개최 전부터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과 이로 인한 피해가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하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은 잼버리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발 빠른 대응으로 세계로부터 비난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잼버리는 끝났고 문제에 대한 책임과 사과가 이어질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요구된다. 잼버리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수많은 사건이 터지고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인터넷을 달군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여기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엮일 때 한마디 말없이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그렇지 않아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데 말이다.
불편한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바쁘다. 얼굴을 마주하고 푸른 하늘을 볼 수는 없는지. 지나간 삶을 돌아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언제나 진실한 마음이었다. 내일은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