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학생들이 휴학이나 자퇴하는 경우 학과장과의 상담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학과장 보직을 맡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몇 명의 자퇴생, 그리고 다수의 휴학생과 (비) 대면상담을 해야만 했다.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자퇴나 휴학하는 경우는 서로 기분 좋게 상담을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의지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분 좋은 상담보다 마음이 편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두 가지 사례는 다음과 같았다. 올해 초 학기가 시작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2023학번 여학생이 찾아왔다. 어딘가 불안한 학생들이 그러하듯 눈은 나를 피해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 학생은 학교에 있는 것이 불안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도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신과에 입원한 적도 있고 치료도 오래 받았다고 담담히 말하는 학생에게 내가 더 해줄 말은 별로 없었다.
또 다른 학생은 1학기 종강을 4주 정도 남겨두고 갑자기 찾아온 경우다. 도저히 힘들어서 학교에 있기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에게 이제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힘내보자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조용히 자기의 팔목을 보여주었다. 자해 흔적이 선명한 팔목을 보고 나는 애써 당황한 표정을 지우며 이유를 물었지만, 당시 그 학생이 뭐라 답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 심신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학교에서 보자는 말을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전했지만, 정말 그 학생을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2023년 3월. 정부는 최초로 청년(만 19세~34세) 삶 실태조사 통계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거의 집에만 있는 청년 비율이 2.4%, 약 24만 4천 명으로 나타났으며, 은둔의 이유로는 취업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제시되었다. 일본의 은둔형 청년이 전체의 1.8% 수준이란 점을 고려할 때 대단히 높은 수치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그냥 쉰다는 청년이 65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까지 고려한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이유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2022년 대한민국 전체 실업률이 2.9%인 점을 고려한다면, 청년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2023년 현재 청년들의 이런 삶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일 것이다.
최근 신림동 살인사건, 서현역 살인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며 경찰이 특별대책을 발표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시내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찰과 장갑차까지 등장했다. 당연히 ‘묻지마 범죄’에 대한 엄벌과 예방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지우기 어려운 사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않았을 뿐, 우리 주위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고립된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근 발생한 일련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