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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탐방기

등록일 2023-07-05 19:34 게재일 2023-07-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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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주 우리 대학 신문방송사 울릉도-독도 특별취재팀에 동행했다. 울진의 후포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로 입도하여 다시 독도를 다녀오는 3박4일 일정이었다. 취재 일정이 전국적인 비 예보와 겹쳐 출발 전날까지도 마음을 졸였지만, 출발 당일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5시간 동안 배를 타고 힘겹게 도착한 울릉도는 쌓인 피로를 한 방에 날릴 만큼 아름다웠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으로 조성된 섬이라 평지가 거의 없고 아찔한 도로가 많았다. 가파른 경사의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돌아 나가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숲과 바다의 자태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의 풍경과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수평선은 잠시나마 현실의 고민을 잊게 했다.

그렇게 울릉도의 풍광에 취해갈 때쯤 산의 절반이 깎여 노출된 황토색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비행장 건설 현장이었다. 비행장이 건설되는 지역의 한 평당 가격은 엄청나게 올랐다고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울릉도를 찾기 위해 비행기가 꼭 필요한 것은 5시간 배를 타고 오면서 이미 절감한 사실이다. 공항이 완성되면 울릉도민의 삶이 더 나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의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개발하여 문명을 만들어냈던 근대화의 방식이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찜찜한 마음을 거두기 어려웠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후 위기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장되는 시기다. 경제성장=근대화의 논리로 전개된 한국의 지난 50년 역사의 결과,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빈부격차, 가족주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함축된 것으로, 그간의 성장 논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취재의 하이라이트 독도에 가기 위해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자 수많은 태극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와 반일 감정의 연쇄 고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태극기=반일=독도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눈앞에서 확인하니 찜찜했던 마음은 꽉 막혀버렸다. 우리는 왜 특정 순간에만 이렇게 애국자가 될까. 대체 애국이란 무엇일까?

최근 대통령은 일본과의 불편한 과거를 정리하고 발전적 미래로 나아가자고 외친 바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식민지 경험을 과감하게 털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과거사 정리를 위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기본이다. 하지만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근본은 경제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과거 일본의 조선 침략도, 대통령의 과거 청산 논리도 모두 경제성장이란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논리를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독도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국가와 국가, 인간과 인간의 경계 짓기가 근대의 방식이라면 그 경계를 거두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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