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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일주

등록일 2023-05-03 19:42 게재일 2023-05-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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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fairness’

육십갑자 중 서른다섯 번째는 무술(戊戌)이다. 천간(天干)의 무토(戊土)는 태산을 의미하고,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계절로 늦가을의 기운이다. 천간과 지지가 모두 양(陽)기운이므로 활동력이 강하다. 동물로는 누렁이 개다.

무술일주는 신의와 명예를 중시하며, 검소하고 꾸밈이 없으며 남에게 믿음직하고 신뢰감을 준다. 반면 융통성이 없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신의와 명예를 중시하고, 순박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 많다. 직장상사나 윗사람에게 아부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독립적이다. 또한 일처리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대범하고 과감한 유형이다.

무술일주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명예지향적인 자존심이다. 물상으로 보면 하늘을 치솟는 산 위의 산이기 때문에 명예와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지갑에 돈이 없어도 아쉬운 소리나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 타입이다. 자존심을 잃으면 살 가치가 없을 정도로 낙심한다. 하지만 자존심 하나로 고난을 돌파 할 능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다. 또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이 많다.

무술일주는 12운성으로 묘(墓)다. 묘(墓)는 고독을 의미하고, 홀로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고독하게 살아가는 일주다. 부모나 형제 덕이 부족하여 인생을 혼자서 헤쳐나가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깊고 혁신적이며 세속과 떨어진 정신세계인 종교와 철학을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이 많다.

르네상스 시대 토마소 캄파넬라(1568∼1639)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성직자였다. 총명했으나 가난했기 때문에 공부하기 위해 열세 살 때 도미니크수도원에 들어갔다. 스페인 지배 하에서 이상국가를 건설하는 운동에 참여했다.

1599년 폭동 음모가 발각되어서 일곱 차례 고문을 받은 후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27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이 시기에 자신의 공상적 사회주의 사상을 담은 ‘태양의 도시’(1602년)를 썼다. 이 작품에는 도시와 농촌의 빈민층과 하층 지식인들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희망이 투영되어 있다.

그의 책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해야 하므로 노동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져 각자 하루 4시간씩만 일하면 된다. 게으름은 경멸의 대상이며, 고상한 척 무위도식하는 것은 무능력과 악덕을 상징한다. 따라서 하인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신이 직접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부리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성직자로서 그의 유토피아 사상이 배척되어 이교도로 박해를 받았다. 그는 1629년 석방되어 수도원에서 조용한 만년을 보냈다. 사유재산제와 일부일처제가 철폐된 태양의 도시를 상상했지만, 그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무술의 특징은 마음이 하늘과 땅 만큼이나 넓어 설사 내가 조금 힘들어도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친족이 힘들고 괴로울 때 괜히 같이 슬퍼하고 미안해지며, 말없이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므로 아무리 힘들어도 좌절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인생의 굴곡이나 흥망성쇠에 마주쳐가면서 내면의 힘을 쌓아간다.

무술일주는 이름하여 ‘보배의 산’이다. 무술은 천간에도, 지지에도 창 과(戈)의 기운이 있다. 기본적으로 사납다. 천간은 아주 무성한 나무처럼 하늘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한데, 지지의 담당자는 늑대인 개 술(戌)이다. 야생의 늑대가 인간과 친숙한 개로 바뀌었지만 주인을 잘 만나서 길들어지면 명견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똥개가 되어 돈과 먹을 것, 좋아하는 것을 보면 덤벼드는 황당한 늑대 같은 잡견이 될 수 있다.

무술의 개는 장사수완이 좋아 영업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러한 기질이 촉이 되어 실력이 없어도 각종 찍기나 복권 당첨 등에 재주가 있으며, 투자와 투기에 남다른 강세를 타고난 덕분에 재물도 많이 가지며 명예도 얻게 된다. 근본적으로 야생기질이 있어 인생살이가 큰 파도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고, 도움을 받아가며 살게 된다. 좋은 일주 중 하나다.

무술은 늑대의 속성이 있어 누구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의심도 많다. 보수적이고 솔직한 성격으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거칠고 직설적이며 화도 잘 내고, 말솜씨가 좋다. 그래서 스님, 신부, 목사 혹은 교사가 되면 본인의 영적 능력이 보석처럼 빛을 낼 수 있다.

자신이 기르는 개가 집을 아주 잘 지켜준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개를 아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개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우물에다가 오줌을 싸는 것을 이웃 사람이 보았다. 이웃 사람이 개 주인에게 항의하려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집 문 앞을 버티고 있던 개는 으르렁거리며 이웃 사람을 물려고 쫓아 나왔다. 끝내 이웃 사람은 개가 자기를 물까봐 주인에게 개가 저지른 잘못을 알리지 못하고 말았다. 중국 ‘전국책’ 초책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인의 위엄을 빌려 힘을 자랑하는 개의 포악성에 물러나는 인간의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온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초책 편에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호랑이가 어느 날 여우를 잡았다. 여우는 날 잡아먹으면 하늘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믿지 못하겠거든 너는 나의 뒤를 따라와 봐라. 짐승들이 나를 보고 달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에 따라 함께 갔다. 정말로 짐승들은 이들이 보이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두려워해서 달아난 것인지 모르고, 여우가 두려워 달아난 것으로 여긴 것이다. 여기서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가 나왔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인간사회에서도 호가호위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권력자를 이용하여 힘을 남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일을 알고도 눈감고 있다거나 본래부터 알지 못했다면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의 배경만 믿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할 수 있도록 지식인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가 정화된다.

우리는 언제 말해야 하는가? 더는 침묵이 용인되지 않는 바로 그때 말해야 한다. 사람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자신의 손으로 이룬 것, 자신이 이미 극복한 일만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해야 한다. 거기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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