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교육부의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 보도 자료가 배포되었다. 이 사업은 3~5개 대학으로 연합체를 만들어서 5개 대주제(디지털/환경/위험사회/인구구조/글로벌·문화)에 맞는 융합 교육과정 개발을 목표로 하며, 지역 대학 위기 상황을 고려하여 비수권 대학이 연합체의 40% 이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연합체의 대학에 150억을 지원하는, 인문사회 영역 지원 사업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이다.
사업 공고가 나오자 대학 간 눈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학교 차원의 TF팀이 꾸려지고 단과대학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4월 10일 공고가 나고 불과 2주 만에 신청을 마감하는 일정이지만, 24시간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던 연구자들의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당연히 주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방향성을 토의할 시간은 없다. 본 신청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았다지만, 최소 세 개 대학의 여섯 학과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촉박한 일정이다.
지역 대학은 글로컬 사업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던져진 이 사업으로 더욱 분주하다. 글로컬 사업이 추구하는 학과 간 혹은 학교와 지역 간 칸막이를 없애는 문제의식과 연합체를 구성하여 학교 간 전공 간 칸막이를 제거한다는 이 사업의 취지는 동일하다. 정부는 지역 대학의 위기, 나아가 대학의 위기를 다양한 층위에 포진해 있는 칸막이를 치워버리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융합’의 문제의식이 대학가에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100억이 넘는 예산을 가지고 속도전으로 밀고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다. 정부는 지역 대학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되어서 속도를 높이는 것일까. 최근 정부의 교육 정책이 지역 대학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교수·연구자들의 연대와 고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장은 그 연대체에 힘을 실으며 함께 나가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은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액수의 돈을 노골적으로 가시화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을 기획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사업 이후에 우리 지역과 우리 대학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를 질문하지 않고, 눈앞의 숫자에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들이 있다. 대학의 위기가 일상화된 지금, 유례없는 돈이 투입되는 사업에 작은 과실 하나라도 따 먹으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생활인으로서 교수, 연구자들의 심리와 이 시대 대학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오히려 정부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글로컬 사업의 방향성이 암시하듯, 이 제도는 돈 중심의 사고를 더욱 확장하는 것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기관이듯, 대학의 논리도 돈 중심으로 변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닌 사회가 이미 도착한 것인가. 이런 시대에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