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서른네 번째는 정유(丁酉)다. 천간(天干)의 정화(丁火)는 촛불이나 별에 비유되며, 지지(地支)의 유금(酉金)은 잘 제련된 금속에 해당된다. 동물로는 닭이다.
정유일주는 천을귀인과 문창귀인을 깔고 있어 옛날부터 사랑을 많이 받던 일주다. 다정다감하며 인간미가 넘친다. 심성이 착하고 봉사심이 있어 주변을 밝게 만들기에 인기가 있다. 온순하고 섬세한데다 아름다운 용모도 가졌다. 예술적 재능과 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멋쟁이들도 많다. 모방도 잘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편이다.
단점으로는 분위기에 약하고 귀가 얇은 편이라 잘 속는다. 맑은 기운을 그릇되게 사용하면 오히려 극심하게 추해지는 경향이 있다. 순수하고 고귀한 힘은 고귀하게 쓸 때 그 빛이 제대로 발휘된다. 무엇보다 많은 복을 타고난 정유는 남에게 먼저 베풀 때 그 복이 배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적어도 정유에게는 헛말이 아닌 듯하다.
남자의 경우는 잘생기고 키가 훤칠한 경우가 많고, 이목구비가 큼직하여 시원한 호남형이다. 배우자 복이 있지만,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여자는 분위기가 발랄하고 산뜻하여 소년을 연상케 하는 느낌으로 매력적이다. 시댁이 부자이거나, 남편이 사업 수완이 좋아 기본적으로 배우자 복이 많다.
문창귀인이 있어 총명한 편이다. 지혜가 있고, 문장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귀인 타입으로 만인에게 호감을 준다. 재주만 믿고 남을 불신하는 단점이 있으니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임에 참석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며 생기가 넘쳐난다. 미남 미녀에다 말도 잘하고, 호소력이 넘친다. 어디를 가도 이성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유는 다재다능하고 융통성도 있어서 재능과 수완을 겸비했다.
1950년대 박인환(1926∼1956) 시인은 최고의 멋쟁이 댄디보이였다. 큰 키에 미남이었고, 재치와 시적 재능을 겸비했다. 여름에도 정장을 했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또한 책방 마리서사를 열어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의 발상지 역할을 했다.
1956년 이른 봄 탤런트 최불암 모친이 운영하는 명동의 술집 은성에서 박인환은 즉석에서 시를 쓰고, 이진섭은 곡을 붙이고, 나애심은 노래를 불렀다. ‘세월이 가면’이다. 3월 17일 늘 좋아했던 이상 시인의 추모의 밤에 너무 과하게 마신 술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30세였다. ‘목마와 숙녀’란 시는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난다. 그는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목마를 타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다. 그가 평생 심취한 스물일곱에 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처럼 짧은 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최고의 미남 시인으로 백석, 임화, 박인환을 꼽았다.
매끄러운 만남과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유머다. 그러므로 유머를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윤활유라고 말한다. 그만큼 요즘은 누구랄 것도 없이 유머 있고 재미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나타낸다. 재치 있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요즘 매력적인 사람이다.
정유일주의 유금(酉金)은 해가 서산에 저물 때 정화(丁火)의 불빛이 유금 보석에 반사되어 어둠을 밝혀주니 등대 같은 천을귀인이 된다. 유(酉)는 동물로는 닭이다. 닭 중에서도 ‘기유(己酉)’가 덕이 있는 스타일이라면, ‘정유(丁酉)’는 용맹 스타일의 솔선수범형이다. 그래서 ‘거친 세상의 다리’라고도 하고, ‘일몰의 등대 또는 가로등’이라 한다.
정유는 그렇게 대범하기에 희생정신이 높다. 자신만의 독특한 내공이 있기에 해가 저물 때 등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름 한가락 하는 기술이 있어 아랫사람과 주변사람을 잘 챙겨주고픈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자신이 모든 면에서 수준급 이상으로 돋보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노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사마천 ‘사기’에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이란 고사가 있다. 춘추오패 중 한 사람이었던 초나라 장왕은 즉위하자, 신하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앞으로 과인에게 간하는 자는 누구든지 사형에 처할 것이다!” 장왕은 3년 동안 국정을 돌보지 않고 사치와 향락에 빠져 살았다.
마침내 충신 오거는 죽을 각오를 하고 우회적으로 간언을 했다. “신이 수수께끼를 하나 낼까 하는데 어떻습니까?” “해 보시오.” “큰 새가 한 마리 있사온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사옵니다. 이 새가 어떤 새입니까?” “3년이나 날지도 울지도 않았으나, 한 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고, 한 번 울면 온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오. 그대의 뜻은 잘 알았으니 물러가시오.”
그러나 장왕의 주색잡기와 방탕함을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보다 못한 대부 소종이 나섰다. 장왕은 화를 내며 소종을 꾸짖었다. “그대는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모양이요?” “알고 있사옵니다. 국정에 전념하신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알았소. 물러가시오.”
장왕은 그날부터 주색과 향락을 멈추고 정무를 보기 시작했다. 먼저 한 일은 간신과 탐관오리를 숙청하고, 충신과 뛰어난 인재를 등용하였다. 목숨을 걸고 간언했던 오거와 소종은 높은 관직을 내리고 중책을 맡겼다. 3년간의 방탕한 생활은 옥석을 가려내기 위한 술수였다. 나라는 안정되었고, 백성의 생활도 윤택해졌다. 백성들은 몹시 기뻐하며 장왕과 충신들을 칭송했다.
두꺼비나 개구리나 온갖 벌레들이 밤낮없이 울어 입이 마르고 혀가 지칠 지경이 되어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장닭은 새벽에 길게 한 번 울어 제쳐 온 세상을 잠에서 깨운다. 말을 많이 하면 무엇이 좋아지는가?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그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한 가지의 능력은 가지고 있다. 하나의 능력은 오직 그만의 것이다. 그것을 일찌감치 깨닫고 충분히 살려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한 가지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힘만으로 능력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고, 세상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모색하는 사람도 있다. 틀림없는 사실은 어떠한 경우라도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고 과감하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한 가지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