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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타고 한글서예 널리 알려졌으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3-04-24 18:27 게재일 2023-04-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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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구한글서예협회장 최민경<br/>결혼 후에도 화가의 꿈 이어가려 작은 공간서 할 수 있는 서예 집중<br/>9회 개인전·100여회 단체전… 왕성한 활동 더불어 후학양성 매진<br/>올해 도청서 전통여성문학인 ‘내방가사’ 주제 한글날 특별전 개최
최민경 대구한글서예협회장
“국보급 작품만 60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대만 국립고궁박물원 입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조형물은 당나라의 서예가 회소의 작품입니다. 그 많은 소장품 중에 서예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먹과 선을 사용한 서예가 동양 예술의 정수임을 알리려고 한 것 아닐까요? 회소의 작품을 보는 순간, 저 역시 서예가로서, 특히 한글 서예가로서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대구한글서예협회장인 서예가 수연 최민경은 2000년, 대구가톨릭대에 부임한 남편 강종훈 교수를 따라 대구에 정착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최 회장은 계명대에서 미술학 석사를, 대구가톨릭대에서 ‘조선시대 행실도의 목판화 양식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최 회장은 제38회 경북서예문인화대전에서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해 실기와 이론을 겸전한 서예가다. 그동안 9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100여 회의 단체전에도 출품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대학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2021년부터 대구한글서예협회장으로 활동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는 최민경 회장을 지난 23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서예엔 문인화, 한문 서예, 한글과 전각 등 여러 분야가 있다고 들었다. 왜 한글서예인가?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결혼 후에도 화가의 꿈은 접지 않았다. 집에서 넓은 공간이 필요한 회화 작품을 하기엔 버거웠다. 작은 공간에서도 붓만 있으면 되는 서예에 집중했다. 한글을 아름답게 쓴다는 것은 한국 서예가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다. 갈물 이철경, 꽃뜰 이미경, 그리고 정안당 신정희 선생의 서풍을 본받아 서맥을 잇고 있다.

 

-서예 실기뿐 아니라 이론을 겸전했다. 힘들지 않았는가?

△계명대 대학원에서 예술적 심미안을 높일 수 있어 행복했다. 윤양희 교수에게서 한글과 전각, 김양동 교수에게서 한문, 서근섭 교수의 문인화, 김광석 교수의 행초를 두루 사사했다. 대구가톨릭대 예술학과에서는 다양한 예술 이론 공부를 하면서 미술 전반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그 덕에 현재 대학에서 동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과 문화 등의 강의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마련되었다. 15년째 해온 강의가 여전히 설렐 정도다.

 

-대구한글서예협회장직을 수행 중이다. 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대구한글서예협회는 2009년 류영희, 강국련, 류지혁 선생께서 서단의 계파를 초월하여 함께 뭉쳐 보자는 취지로 발족했다. 세 분이 9년간 공동회장을 역임한 후, 2018년 제4대 김정숙 회장이 맡았고, 2021년부터는 내가 제5대 회장직을 맡아 3년째 접어들었다. 한글서예 단체로서는 서울의 갈물회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2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2021년 8월 15일 ‘광복의 기쁨을 한글로 쓰다’라는 주제로 독립운동가들의 시나 어록 등 광복 관련 문구와 ‘기미독립선언서’ 전문 대작으로 광복절의 의미와 애국심을 고취하는 전시를 개최했다. 2022년 10월 9일에는 ‘아름다운 한글서예로 새 희망을 쓰다’라는 주제로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전시를 했다. 특히 한글날을 기념하여 ‘훈민정음해례본’ 정인지 서문을 대작으로 만들어 작품 앞에 포토존을 마련하여 호응이 좋았다.

 

-올해는 특별히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한다고 들었다.

△저 개인적으로 ‘천주가사’ 등 가사를 소재로 작품을 많이 써 왔던 터라 우리 선인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가사를 주제로 협회전을 하고 싶은 희망이 있었다. 작년 11월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목록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접해 기뻤다. 내방가사를 주제로 한 협회전을 하고 싶어 안동 한국국학진흥원의 정종섭 원장님을 무작정 찾아뵈었다. 취지를 말씀드리자 반기시며 관계 전문가를 소개해 주셨다. ‘내방가사-아름다운 한글서예와 만나다’로 한글날 특별전시를 지원받게 되었다. 내방가사를 아름다운 한글서예로 새롭게 탄생시킬 수 있음은 가슴 벅찬 일이다.

 

-의미 있는 일인 듯하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현재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작품 가운데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자료의 작품화 준비를 하고 있다. 국학진흥원 소장 내방가사 작품 221편 중에서 한글로 쓸 작품 약 4~50편을 선정작업 중이다. 모든 작품의 길이가 7~10미터의 대작이어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후 작품을 쓸 회원도 선정해야 하고 최소한 5개월 이상의 작업 시간이 필요하다.

 

-바람이 있다면?

△내방가사 특별전은 올해 한글날 경북도청의 전시 이후 국내 3회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해외 전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K-콘텐츠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데 한국의 전통여성문학인 내방가사와 함께 아름다운 한글서예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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