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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품권 사용처 제한에 주민들 뿔나 “할인율은 ‘뚝’… 발품까지 팔아 써야하나”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3-03-14 19:53 게재일 2023-03-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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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침 개정안 본격 시행<br/>포항 가맹점 1만8천여곳 ‘반토막’<br/>도심 외곽 마땅한 판매장도 없어<br/>거동 불편한 어르신은 불편 가중<br/>거기다 할인율마저 7%로 줄어<br/>현실 고려 못한 ‘탁상행정’ 비판

“할인율이 낮아진데다가 가맹점도 많지 않아서 이렇게 찾아다녀야 한다면 더 이상 포항사랑상품권을 충전해서 쓸 필요가 없겠네요.”

포항사랑상품권의 사용을 두고 시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의 현실을 배려하지 않은 정부의 지침 변경 때문에 사용이 크게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14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지역사랑상품권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침의 골자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연매출 30억 원 이하인 소상공인 상점에서만 쓸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하나로마트 등 소상공인으로 보기 어려운 곳에서 상품권이 사용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연매출 30억 원 이하 상점이라고 하더라도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 업종이라면 가맹점 등록을 제한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3월 6일부터 지역상품권 사용처에 대한 제한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날부터 미등록 가맹점은 포항사랑상품권(카드형, 지류형)의 취급이 불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카드형 포항사랑상품권의 경우 대형 프랜차이즈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내 모든 BC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지침 개정 전 포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었던 포항지역 BC 카드 가맹점 수는 3만4천여 곳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 시행으로 지역상품권 사용처에 대한 제한이 시작되면서 지난 7일 기준 1만8천950곳의 가맹점에서만 상품권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로 인해 포항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최소 1만5천50곳이나 줄어들게 됐다.

문제는 이 개정안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점이다.

과거 소상공인이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등록이 가능했지만, 하나로마트와 대형 식자재, 농수산물도매점과 같은 대형마트 등 상품권 사용이 제한되면서 가맹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내 집 앞에서 바로 포항사랑상품권의 결제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가맹점을 찾아 원정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가 급격히 감소하자 지역 커뮤니티에는 포항사랑상품권의 사용 가능처를 공유하는 글과 갑작스럽게 제도를 변경한 지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주부 최모(45·남구 효곡동) 씨는 “할인율도 10%에서 7%로 줄어든 데다가 가맹점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것 같아 이제는 더 포사랑 상품권을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충전된 금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환불도 된다고 하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상품권 구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짜증을 냈다.

특히 도심 외곽지역의 경우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마땅한 판매장이 없다. 농촌지역에선 하나로마트·농자재센터 등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장이 지역 화폐의 주요 사용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사용 가능한 매장을 찾아 거주지에서 먼 곳까지 나가서 힘들게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BC카드 가맹점이면 카드 결제가 다 되어서 (가맹점의 수가) 줄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포항사랑상품권이다 보니까 포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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