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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힘든 ‘동네 목욕탕’ 사라져간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3-03-07 20:11 게재일 2023-03-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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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공공요금 급등에 직격탄<br/>목욕비 올려도 적자 해소 역부족<br/>손님 발길 뜸해 해마다 폐업 늘어<br/>수도 시설 마땅찮은 취약층 한숨<br/>정부 세금감면 혜택 등 대책 절실

# 지난 20여 년 동안 경주에서 소규모 목욕탕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최근 공과금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그는 “올해부터 코로나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목욕탕의 방문객 수가 늘어났다고 해도 그전과 비교하면 ⅓수준에 불과하다”며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거기다 전기요금과 수도요금까지 오르니 버티기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A씨는 영업에 어려움이 잇따르자 이달 초에 목욕탕 요금을 6천500원에서 7천원으로 500원 인상했지만, 막대한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올겨울을 지나 4∼5월이 되면 폐업하는 업소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사람들이 여러 사람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목욕하는 것을 더 꺼리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목욕탕 사업도 완전히 사양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마을의 터줏대감이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던 목욕탕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3년 동안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동네 목욕탕들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에 존재하고 있는 목욕탕의 개수는 504곳이다. 이는 2021년(522곳) 보다 18곳 줄어든 수치다.

목욕탕의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607곳에서 코로나가 창궐한 2019년에는 542곳, 2020년 533곳으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나 목욕탕은 코로나 발생 직후 ‘3밀(밀폐·밀집·밀접 접촉)’ 업소로 방역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긴데다, 최근 가스와 수도·전기 요금까지 모두 급등하면서 이들 업소의 존폐에 직격탄을 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전기와 가스, 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8.4% 급등하면서 통계가 작성된 2010년 1월 이후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목욕탕이 서민들은 물론 특히 취약계층에게는 필수적인 시설이라는 것이다. 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겨울철 동파 피해 등으로 인해 집에서 목욕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목욕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 목욕탕의 운영을 확대하는 등 현실적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경북지회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동네 목욕탕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욕탕이 점차 사라지는 게 하나의 문화라면 문화로 여길 수 있지만, 다만 정부에서 세금 감면의 혜택 등을 준다면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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