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밥·백반 7천원… 착한 음식점 덕에 힘 납니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3-03-02 20:14 게재일 2023-03-03 5면
스크랩버튼
포항지역 착한가격업소 151곳<br/>정부 지정 영양 만점 서비스 등<br/>고물가시대 한끼 식사 ‘갓’ 성비<br/>직장인·동네 어르신 등 단골로<br/>시, 4년사이 업소 2배 이상 증가<br/>연내 200곳 지정 추진 나눔 확산 
“손님들이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납니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착한가격업소’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포항은 지난 5년 동안 착한가격업소의 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등 물가 고공행진에도 나눔의 정을 실천하고 있었다.

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A 국밥집.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돼지국밥과 비빔밥 단 2가지다. 이들 음식의 가격은 단돈 7천원. 1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뜨끈한 고깃국, 싱싱한 채소가 듬뿍 담긴 영양 만점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 4천원∼6천원이고, 직장인이 하루평균 점심값으로 1만원을 쓰는 등의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면 ‘갓 성비’인 음식인 셈이다.

6년째 이 자리에서 착한 가격으로 음식을 팔고 있다는 사장 B씨는 “종업원 없이 남편이랑 나랑 단둘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수입을 남기려면 이렇게 장사를 못한다. 우리 부부는 손님들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에 국밥 값을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올린 뒤 3년째 이 가격을 유지 중이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도 동네 어르신과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하는 근로자들이다.

B씨는 “솔직히 장사를 하면서 남는 건 거의 없다. 손님들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밥을 제공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할 때 그 말에 보람을 느끼고 장사를 하고 있다”며 “공과금을 내고 손님이 꾸준히 찾아주고 이 가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남는 거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살인적인 고(高)물가가 핫이슈인 가운데 착한가격업소가 일반 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지역 내 착한가격업소는 각각 151곳(북구 70곳, 남구 81곳)이다.

지난 2018년 70곳에서 2019년 72곳, 2020년 76곳, 2021년 76곳, 2022년 151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4년 사이에는 무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가게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서민들의 지갑 사정을 배려하는 지역의 우리 이웃들의 ‘정’이다.

실제로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있는 칼국숫집은 칼국수와 잔치 국수를 모두 4천원에, 효자동에 있는 한 식당은 동태탕과 추어탕을 7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북구 양학동의 한식집은 가정식 백반을 7천원에 손님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착한가격업소는 2011년부터 물가안정을 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정부가 지정한 업소다.

착한가격업소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메뉴 중 ‘착한가격 메뉴’가 있어야 하고 인근 상권 평균 가격보다 더 저렴해야 한다. 메뉴 개수, 가격 동결 유지 기간, 이용 만족도, 위생·청결 등 전반적인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각 지자체로부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받는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책으로 착한가게업소를 더 많이 발굴하자는 의견이 나와 더 많은 업소를 선정했다”며 “올해까지 200개소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