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과수 재배사업 추진 포항시·흥해 망천리 농가 결실<br/>일조시간 길고 밤낮 큰 일교차 <br/>태양열 농업난방으로 수확 성공<br/>제주산보다 크고 당도 더 높아<br/>재경 포항인 신년인사회 ‘인기’
아열대과수 만감류(개량 품종)가 경북 내륙 포항에서 재배돼 수도권 등 전국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 아열대과수는 연평균 기온 17∼20℃의 높은 기온의 열대 기후상태에 원생하고 있는 상록과수로 감귤류, 비파, 올리브 등이 포함된다. 이중 수확시기(1∼3월)가 귤보다 늦은 한라봉, 천혜향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최남단 섬인 제주도의 특산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스마트팜·하우스 등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포항지역에서도 아열대과수 생산에 성공,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5면>
16일 찾아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일원 농가. 이곳에서는 한라봉(농가 5곳), 천혜향(농가 1곳)이 수확을 앞두고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포항에서 천혜향이라니, 보기에도 신기했다.
지난 2017년부터 가속되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해 아열대과수 재배시범사업을 추진해 온 포항시와 이 마을 주민들의 결실이다. 시와 주민들은 지난해 10억 원을 들여 재배 시설을 설치한 후 머리를 맞대 연구를 거듭했고 마침내 시작 6여 년 만에 올해 한라봉, 천혜향 등 아열대과수 수확에까지 이르게 됐다.
올해 1월 수확을 마친 한라봉은 비닐하우스 7동(0.96㏊)에서 7t이 출하됐고, 천혜향은 오는 23일쯤 첫 수확이 시작돼 1t(비닐하우스 1동, 0.2㏊)가량 출고될 예정이다. 거래 가격은 1㎏ 당 1만 원 선으로, 예상 이상이다. 향후 수확량을 각각 40t, 8t정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포항이 전남이나 제주도보다 월등하게 일조량이 좋아 농가들의 희망도 커지고 있다.
포항은 제주도(연평균 1천982시간)에 비해 일조시간(연평균 2천409시간)이 약 100∼400시간 더 길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커 과수재배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포항 천혜향 재배에는 경북농업기술원도 적극 거들었다. 지역의 일조량 이점을 활용해 태양열 농업난방에너지 공급원인 시스템을 개발, 시설재배에 적용해 주기도 했다.
이미 수확을 마친 포항산 한라봉은 평균 중량 300g, 당도 16브릭스 이상으로, 본향 제주 한라봉(중량 200g 이상, 12브릭스)과 비교해 고품질로 평가된다. 천혜향의 경우 1월 달 품질검사에서 15브릭스로 측정됐고 수확시기가 가까워진 지금은 더 달달한 과즙을 만날 수 있다.
수확된 과일은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포항 한라봉은 앞서 지난 2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2023 재경 포항인 신년인사회’에서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출향인들은 “포항에서 한라봉이 나온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신기해 했고, 한 기업인은 최근 50상자를 주문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포항시 담당자는 “지역에서 아열대작물을 판매하게 되면 유통과정에서 바다를 건너오느라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제주도보다 훨씬 싸게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기관 분석결과, 포항은 일조량이 풍부할뿐만 아니라 나무도 잘 자라고 당도 또한 보장되는 적지로 조사돼 앞으로 아열대 과수 농가 보급을 늘려 나가기로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2021년 제327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포항 출신 이재도 전 경북도의원은 기후변화 대응 작물개발과 농가 신소득 작물 육성을 위한 동남권아열대작물연구소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지역의 연간 일조시간과 포스텍 등의 연구 인력, 교통 인프라 등은 아열대작물연구소 설립 최적 여건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며 “동남권(포항)에 아열대작물연구소와 전문단지를 설립해 재배기술 보급, 신품종 보급 및 묘목 생산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