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장혜란 부부 '뿌듯'<br/>흥해읍서 한라봉·바나나 이어<br/>고당도 ‘천혜향’ 이달 말 첫 결실<br/>유통과정 없어 착한가격에 판매
포항이 아열대과수 만감류(한라봉·천혜향)의 원산지가 됐다.
한상훈(45) 씨는 포항시와 함께 처음으로 한라봉 재배를 시작한 농가의 주인.
이달 말, 첫 수확을 앞둔 천혜향도 그의 작품이다.
천혜향을 비롯해 한라봉, 바나나 등 다양한 열대과수 재배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와 만났다.
“고향은 제주도예요. 7살 때 부모님을 따라 포항으로 이주해 학창시절과 직장생활을 다 보냈죠”라는 그는 33살 때 고향 제주도로 돌아가 한라봉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포항에 있다 보니 두어 달에 한 번은 섬과 육지를 오가야 했고, 그 일은 무척 번거로웠다.
“한라봉 재배 기술과 하우스(난방) 시설만 있다면 포항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6년에 무작정 포항시에 문의했죠”라는 한씨는 “당시 포항시는 급격한 기후 변화로 주력 과일이었던 사과의 품질이 떨어져 고민이었고, 담당자가 아열대작물에 관심을 있어 제주도 역시 몇 번 방문했던 터라 시와는 의견이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고 부연했다.
토지 매입과 보조 예산, 관계기관과의 협의 끝에 그는 2018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일원 600평의 땅에 한라봉과 바나나 모종을 심었다.
하지만, 그해 2월 11일 강도 4.6의 포항지진이 발생했다. 그 여파로 ‘지열’을 공급해 온도를 높이는 시스템의 난방하우스를 쓰지 못해 납품할 만큼의 출고량을 생산하지 못했다.
이에 방향을 바꿔 바나나 체험농장을 열었다. 6개월 만에 1만여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으나, 2019년엔 코로나19가 창궐했다. 금방 지나갈 줄 알았던 전염병의 여파는 3년간 지속됐다.
한 씨는 바나나 나무 기둥 밑에 천혜향 묘목을 심는 것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기로 마음 먹었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첫 열매를 맺은 천혜향.
그는 “1월에 당도를 검사했는데 15브릭스가 나왔다”면서 2월 말쯤 수확시기가 되면 당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우스에서 실내 온도를 조절하면 되고, 일조량은 전남이나 제주보다 포항이 월등히 좋아 나무도 잘 자라고 당도도 보장된다”고 자신감도 보였다.
또 “제주도에 비해 유통과정이 줄어드니 소비자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포항시 아열대전문자문위원회 위원으로서 농업 기술과 지식에 관한 행정자문과 교육 컨설팅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 씨는 “나무 상태를 보면서 나무가 필요한 부분을 생육환경 시기에 맞게끔 처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팁이라 할 수 있다”며 “모든 작물과 식물은 시기를 놓치게 되면 농민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난다”고 조언했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