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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庚寅)

등록일 2023-01-11 18:49 게재일 2023-01-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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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A new state’

육십갑자 중 스물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경인(庚寅)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은 큰 바위나 산을 뜻한다. 지지(地支)의 인목(寅木)은 생동적인 양(陽)이며, 계절로는 음력 일월이다. 큰 산이나 다듬어지지 않은 커다란 바위 위에 노니는 호랑이 형상이다.

경인일주의 천간 경금은 가을이다. 수확과 결실의 기운이 있어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으며 의리를 중요시하지만 혁명의 기운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숙살지기(肅殺之氣)가 있어 엄격하고 강한 기운이다. 불의에 참지 못하는 용맹함과 의협심이 강해 지도자 기질이 있다. 단점으로는 성질이 다소 급하고 민감하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벌해진다. 행동은 거칠고 사나운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 때문에 외로운 신세가 된다.

지지 인목(寅木)은 이른 봄기운이다. 차갑게 언 땅을 뚫고 치솟는 기상이 있어 추진력이 강하고 역동적이다.

인(寅)은 동물로는 호랑이다. 사자는 무리 지어 사냥하지만, 호랑이는 홀로 다닌다. 고독하지만 영혼이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다. 용맹함과 권력을 쟁취하는 우두머리 기질이 있다. 명예욕이 많기 때문에 남 앞에 서기를 좋아하고, 밝고 명랑한 모습 이면에는 이기적이고 거칠고 사나운 성격이다.

경인일주를 칼 맞은 호랑이의 형상으로 볼 수 있다. 한번 날뛰면 살벌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친다. 활발하고 강직하나, 지기 싫어하는 성질로 변화가 많다. 집착하고 투쟁심이 있어 스스로 고생을 자초한다. 12운성의 절(絶)궁에 있어 불행을 딛고 일어나는 힘이 강하다. 전화위복의 횡재수가 있는 일주다.

‘세설신어’ 자신편에 나오는 글이다. 중국 전국시대 진(晋)나라 때 의홍마을에 주자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성격이 거칠고 사나워서 싸움을 좋아했다. 고을사람들이 그를 화근덩어리로 여겼다. 의홍마을 강 속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한 교룡이 살고, 산속에는 사나운 호랑이가 있어서 마을사람을 괴롭혔다.

의홍사람들이 이 같은 세 가지 골칫거리를 ‘의홍의 삼대 화근’이라 불렀다. 그 중에서 주자은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어떤 사람이 주자은에게 호랑이와 교룡을 없애 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우선 두 가지만이라도 없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주자은은 이에 산에 가서 사나운 호랑이를 죽이고, 다시 강으로 가서 교룡을 올라타고서 칼로 찔렀다. 교룡은 물 위로 떠올랐다 물 밑으로 가라앉다 하면서 몇 십리를 떠내려갔다. 사흘이 지나자 사람들은 주자은도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속 시원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며칠 후 주자은이 교룡을 완전히 죽이고 물 위로 치솟아 올라왔다.

오랜 싸움으로 기진맥진해진 주자은이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속 시원하게 잘 되었다고 주고받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 자기가 교룡이나 호랑이처럼 이웃사람들로부터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지난날의 허물을 고치고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한 뒤 육손의 손자이며 유명한 문학가인 육기와 육운 형제를 찾아갔다.

육기는 집에 없었고, 육운을 만나 마을사람들이 자기에게 나쁜 인상을 갖게 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려고 생각한다는 것과 이미 나이가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엇 하나 이루어놓은 것이 없다는 사실도 말했다.

육운은 “옛사람은 아침에 도를 깨달을 수만 있다면 저녁에 죽더라도 좋다고 생각했소.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오. 사람이 걱정해야 할 것은 아직도 나아갈 길을 정하지 못한 것이오. 일단 가야 할 길이 정해진다면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든 말든 마음 쓸 필요가 뭐 있겠소”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난 뒤 주자은은 진심으로 지난 잘못을 고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는 후에 진나라에 어사중승이라는 벼슬을 맡았고, 임금의 명을 받아 전쟁터에서 사력을 다해 싸우다가 전사하는 충신이 되었다.

인간은 미완의 존재이기 때문에 완성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자기를 형성하면서 살아간다. 이때 완성을 향한 구체적 방향이나 내용은 자기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인일주는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이리저리 많이 옮겨 다니며 바쁘게 지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체적으로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맡아 고생하다가 결국 윗사람이나 귀인의 도움으로 성공을 거두는 운의 소유자다. 하지만 큰일을 추구하는 용기가 과하다 보면 실패를 자초할 수도 있다. 자칫 오만하기 쉬워 주위에 미움을 받기 때문에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경인일주는 본디 그 외모가 화려하다. 피부색도 화려하며, 치장하는 모습이나 본 모습이 화려하다. 편인과 편관의 힘으로 남에게 돋보이기를 좋아하며 꾸미기를 좋아 한다. 남자는 단정하고 깔끔한 얼굴로 세련되게 꾸민다. 여자는 피부가 하얗고 매력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경인(庚寅)에는 편관(偏官)이 있어 무인처럼 엄격하고 칼을 쓰는데 있어 망설임이 없다. 전쟁에서 적과 마주했을 때 검을 휘두르지 못하면 자기가 죽는다. ‘일휘소탕(一揮掃蕩) 혈염산하(血染山下)’ ‘칼을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에 물들이다’는 글이 이순신 장군의 칼에 새겨져 있다.

1950년 경인년(庚寅年)에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이성 잃은 호랑이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전쟁은 참혹하고 냉정하다. 풍요로운 생활과 습관으로 전쟁의 상처를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어 혼란스럽다.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들으면서 올 한 해도 냉정한 판단으로 어떤 재난에도 흔들림이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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