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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己丑)

등록일 2022-12-28 20:26 게재일 2022-12-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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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겨울꽃’

‘겨울육십갑자 중 스물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기축(己丑)이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는 밭을, 지지(地支)의 축토(丑土)는 계절로 한겨울 일월이다. 얼고 차가운 땅의 형상이다. 동물로는 소다.

기축일주의 축토(丑土)는 얼어붙은 동토이므로 소극적이고 활동성이 떨어진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시키는 것을 좋아해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과 불우한 이웃에게 인정을 베풀기도 한다. 말주변이 없고 독설을 내뱉기도 한다. 내적인 면만 본다면 편안하고 신뢰를 주는 성격이니 오래 사귈수록 좋다.

천간 기(己)와 지지 축(丑)이 같은 흙토이므로 간여지동이라 한다. 간여지동은 성실하고 꼼꼼한 면을 보여주며 자신의 실속을 챙기려는 욕심이 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게 일해도 그에 맞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젊은 시절에는 굴곡이 많으나 늙어서는 편하게 산다.

기축일주는 겨울 밭에 소처럼 고집스럽게 일해도 풍요로운 결실을 맺지 못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고난을 이겨낸다. 특히 따뜻한 화(火)기운이 들어올 때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한다. 조급해 하지 말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의 단편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을 살펴보자. 1913년 주인공 ‘나’는 고산지대를 여행하는 중 나무 하나 없는 땅 위로 견디기 어려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황무지를 지나게 되었다. 몇 시간을 걸어도 물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나이는 55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죽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났다. 오두막집에서 양들과 개와 더불어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땅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척박한 환경을 바꾸어 보기로 결심하고 하느님께 30년 후까지 자신을 살게 해주신다면 나무를 심겠다고 기도했다. 그리하여 3년 전 나무를 심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와 헤어지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었다. 부피에가 87세 되던 해 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황무지였던 마을은 숲속에서 바람이 불고 물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했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샘 곁에 심겨진 보리수다. 이것은 부활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옛 주민들과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을 합쳐 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부피에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위대한 정신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는 없을 것이다.

기축일주는 곡각살(曲脚殺)이 있어 평소에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거나 과격하고 위험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엉덩이를 당겨 바른 자세를 취해야 하고, 장시간 TV시청이나 컴퓨터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품행과 인격이 바르나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가끔 거친 언행도 하니 대인관계에서 조심해야 한다. 외모를 보면 남자는 평균 이상의 얼굴로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고, 여자는 얼굴이 예쁘지만 피부가 어둡거나 약하다.

축토(丑土)는 물상이 소이므로 남녀노소 모두 부지런하다. 천간과 지지가 음으로 구성되어 있어 적극성은 부족하나 고집이 세다. 그래서 소는 한 고집한다고 얘기한다. 소는 어릴 적부터 코에 구멍을 내어 엮어둔다. 사실 사나운 면도 많다.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말이 있듯이 가만히 내버려두면 아주 가관이다. 큰 덩치와 격한 성격 때문에 코뚜레 꿰이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한비자 ‘화씨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초(楚)나라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형산에서 한 덩이의 옥돌을 얻게 되자, 그것을 초나라 임금 여왕(<53B2>王)에게 갖다 바쳤다. 옥돌을 다듬는 기술자가 옥돌을 감별해 보고는 “이것은 보통 돌덩어리입니다”라고 말했다.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한 임금은 화가 나서 형 집행인에게 그의 왼쪽 발을 잘라버리게 하였다.

여왕이 죽고 무왕(武王)이 즉위하자, 변화는 또 다시 옥돌을 임금께 가져다 바쳤다. 역시 옥돌을 다듬는 기술자를 불러 감별하게 하였다. 이번에도 “보통 돌덩어리입니다”라고 말하였다. 무왕도 역시 변화가 자기를 속였다고 생각하고 그의 오른발마저 잘라버리게 했다.

무왕이 죽고 문왕(文王)이 임금 자리에 올랐다. 변화는 옥돌을 가슴에 앉은 채 형산 기슭에서 슬피 울기 시작하였다. 사흘 밤낮을 울고 나니 눈물이 마르고, 붉은 피가 방울방울 눈에서 흘러내렸다. 그 소식을 들은 문왕은 사람을 보내서 그가 그렇게 슬피 우는 까닭을 물었다. “이 세상에는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건만 유독 당신만 그렇게도 웁니까”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저는 결코 발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고 슬퍼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가슴이 아픈 것은 세상에 보기 드문 옥이 오히려 돌덩어리 취급을 당하고, 참으로 성실한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문왕은 기술자에게 옥돌을 제대로 갈고 닦도록 시켰다. 그랬더니 과연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옥으로 빛났다. 그 후 옥돌을 ‘화씨의 벽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변화는 자기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가치를 판단했던 것이다. 그것은 잘못된 고집이 아니라 진실에 대한 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옥돌을 알아보기도 어렵지만 사람을 알아보기는 더욱 어렵다.

임인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신념과 목표는 훌륭한 결과로 나타난다. 쓸데없는 고집은 나를 상실케 하고, 주위를 힘들게 만든다. 이런 것은 모아 호랑이와 함께 보내버리자. 어떤 보상도 연연치 않고 세상에 풋풋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계묘년에는 토끼처럼 활기차게 달려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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