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벼르고 벼르던 스탠딩 책상을 샀다. 최근 들어 30분만 앉아있어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구나 하는 상태가 되고,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팠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큰마음 먹고 구매했는데, 서너 시간 지나도 멀쩡하다. 앉아있을 때는 허리가 불편하여 주의가 분산되는데, 서 있을 때는 덜 불편하니 작업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깔창 있는 운동화를 신는다.
애니 머피 폴의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보니,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미국의 초등학교 교사도 학생들 책상을 스탠딩 책상으로 교체하고 수업 듣는 자세도 편하게 하고 움직일 수 있게 했더니 학생들이 더 집중하고 자신감 있고 생산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앉아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만 작업에 효과적인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일하는 것도 집중력이 증가한다고 한다. 방사선 전문의 제프 피들러 박사는 매일 1만5천 개 사진을 앉은 자세로 검토하다가 사진을 대형 스크린에 띄워 놓고 그 앞에 트레드밀을 설치해서 걸으면서 사진을 보았더니 이상 징후를 더 잘 찾아내게 되었다고 한다. 서 있거나 걸을 때 작업 능률이 오르는 이유는 신체 활동을 할 때 우리의 시각이 더 예민해지기 때문이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한두 시간을 꼭 달린다고 하니, 운동을 한 후에도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제스처는 소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어떤 개념을 설명하거나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제스처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말을 더 잘 이해하고, 제스처가 있을 때 한 말을 더 기억하기도 한다. 밀턴 에릭슨이라는 심리 상담사는 내담자의 동작을 은연중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내담자와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상담이 잘되었다고 한다.
자연의 다양한 색과 형태 역시 창의성에 자극을 준다. 저자는 예술가 잭슨 폴록이 롱아일랜드에 갔다가 위안과 자극을 동시에 받고 바로 그 지역으로 이사 가서 걸작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례를 소개해준다. 자연은 우리의 인지 부담을 줄여주어 창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공간 역시 창의성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연극 수업을 받으러 갈 때 매시간 책상과 의자 배치가 달라서 수업에 관심이 더 생기고 다음 수업도 기대하게 되었던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국립도서관에서 한두 시간만 있어도 두통을 느꼈는데, 도서관 리모델링 후에는 서너 시간 있어도 컨디션이 좋았던 것 역시 이런 맥락일 것이다.
생각은 뇌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움직여야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하는 저자의 말을 듣다 보니,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온종일 교실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우리나라 수험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교육 방식도 말로만 하거나 기껏해야 영상 자료를 활용할 뿐이다. 교실 모양도 천편일률적이다. 손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많이 하고, 공간에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한창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학생을 움직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