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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엔 따뜻하고 편안한 친구 같은 공간 카페 ‘커미’가 있다

홍성식기자
등록일 2022-10-11 20:29 게재일 2022-10-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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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한국인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21세기 초반만 해도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섞은 믹스커피가 주류였지만, 대세가 원두커피로 기운 후 향과 맛에 민감해진 이른바 ‘커피 애호가’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전국이 그러하니 포항이라고 다를 바 없다. 관광객들에게 ‘푸른 물결 동해를 품은 포항의 핫 스폿’으로 불리는 영일대해수욕장엔 현재 수십 개의 커피숍이 성업 중이다.

한꺼번에 100명이 넘는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커피전문점부터 10여 평 남짓의 조그만 커피 가게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고, 거기서 만들어내는 커피의 맛과 향 또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가며 다양해지고 있다.

유별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각종 조사를 통한 데이터를 봐도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올해 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사람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음료를 가장 좋아합니까?”

이 물음에 “커피”라고 답한 이들이 32.4%. 설문조사에 응한 답변자 셋 중 하나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음료로 지목했다. 탄산음료(7.7%)와 우유(11.3%)를 압도하는 결과였고, 2위로 조사된 과일주스(18.1%)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포항공과대학 내 문연 ‘coffee nearme’

포스테키안 행복·감성·라이프스타일 담아

공대 중 최초로 학교서 직접 기획 상표 등록

최고 로스터리 카페 ‘웨이브온 커피’ 콜라보

포스텍만을 위한 원두 브랜딩 ‘P.320’ 개발

매년 유망 공학도 ‘320명 입학’ 상징성 담아

접근성 좋고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품질 제공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

지난 8월말 ‘커미 도서관점’ 새롭게 문 열어

도서관 방문하는 시민들에게도 큰 사랑 받아

포스텍 학생회관 1층에 자리한 커피 Nearme의 내부 모습.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애용하는 장소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스텍 학생회관 1층에 자리한 커피 Nearme의 내부 모습.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애용하는 장소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커피전문점과 커피소비량 증가의 중심엔 ‘MZ세대’가...

또 다른 조사에선 한국 커피전문점의 시장 규모가 43억 달러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중국의 인구가 한국의 30배에 가깝고, 미국 소비자의 높은 구매력을 감안한다면 이는 의외의 결과로 다가온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1조 원에 육박했다. 이는 1년 사이에 2천 억 원이 증가한 것. 이쯤 되면 2022년 현대 한국인들은 옛사람들이 밥 먹고 숭늉 마시듯 커피를 즐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한국 커피시장의 급격한 팽창과 늘어난 커피 소비량의 중심엔 세칭 ‘MZ세대’가 자리했다.

남과는 다른 것, 기존에 있는 것들과는 구별되는 아이템을 선호하는 그들은 오늘도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인생 커피’를 찾아 외국 커피 프랜차이즈점부터 원두 볶는 고소한 향기 가득한 동네 커피숍까지 찾아다닌다.

포스텍 학생회관 1층에 자리한 카페 Nearme의 야외 테이블 모습. 가을을 느끼며 커피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스텍 학생회관 1층에 자리한 카페 Nearme의 야외 테이블 모습. 가을을 느끼며 커피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물론 나이 지긋한 이들 중에서도 커피 애호가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회갑을 넘겼음에도 하루에 커피 4~5잔을 마시는 교수, “커피 향기 없는 아침을 상상할 수 없다”는 중년의 사업가도 기자 주위에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다수의 MZ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대학에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지난 2020년 말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총장 김무환) 내에 문을 연 coffee nearme(커피 니얼미·일명 커미)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포스텍에서 시작한 로컬 카페 ‘커미’는 포스테키안(포스텍 학생들과 구성원들을 지칭하는 단어)의 행복을 위해 학생들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아 학교에서 직접 기획한 카페로 이름을 알렸다.

“이는 대한민국 공대 중 처음으로 학생들의 행복을 위해 기획돼 상표 등록을 마친 카페”라는 게 포스텍 복지회 이주상 팀장의 설명이다.

포스텍이란 글씨가 새겨진 커피잔.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스텍이란 글씨가 새겨진 커피잔.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한국 공대 최초로 학교에서 기획해 상표 등록한 ‘커피 니얼미’

“포스텍 학생들의 일상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가 함께 존재한다. 모닝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거나, 바쁜 강의와 일과 중에 잠시 여유를 즐기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밤샘 연구나 공부를 위해 ‘커피는 연료와 같다’며 즐겨 찾는 등 커피는 학생들에게 매우 가깝고 친근한 친구와 같다”는 부연이 이어졌다.

덧붙여 몇 가지를 더 물었다.

-학생들의 복지 확장 차원에서 카페를 오픈한다는 건 30년 전에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지금과 그때는 많이 다르다.(웃음) 커미 오픈 당시에도 교내에 카페가 두 군데 있었다. 그곳들을 새롭게 리모델링할 시기도 됐었고, 포스텍 학생들에게 바로 내 옆에 있는 친구처럼 친근하고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카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포스텍 자체 브랜드 커미는 그런 이유로 론칭됐다.”

-커피 니얼미의 오픈 과정이 궁금하다.

“2020년 12월 7일 포스텍 학생회관 1층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노후된 카페를 새롭게 만들고자 재능 기부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브랜드 네이밍, 공간 리모델링, 카페 운영체제 개선, 웨이브온 커피와의 콜라보를 시작할 수 있었다. 포스텍 학생회관점 공간 리모델링 비용은 포스텍 철강대학원 이종수 특임교수가 기부금을 출연했다. 그리고, 국내 최고 카페 중 하나인 웨이브온 커피의 좋은 원두와 함께해 학생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커미 카페는 포스텍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근로 장소이기도 하다.”

-‘웨이브온 커피와의 콜라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웨이브온 커피는 부산 기장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원두를 직접 볶고 갈아 커피를 만드는 가게)다. 아름다운 부산의 바다, 매력적인 장식으로 꾸며진 공간, 직접 로스팅한 커피로 유명하다. 불과 4~5년 만에 웨이브온 커피는 기장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2020년엔 한국 라떼아트 챔피언십 공식 원두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실력과 도전정신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웨이브온 커피의 모습이 젊고 도전적이며 실력을 갖춘 포스텍 학생들과 일맥상통 하는 게 있어 커미와 어울리는 파트너라고 믿게 됐다.”

커피 Nearme에서는 커피 원두와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한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커피 Nearme에서는 커피 원두와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한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스텍 도서관 방문한다면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웨이브온 커피에서는 포스텍만을 위한 원두도 브랜딩했다. 이름하여 ‘P.320’. 포스텍엔 매년 유능한 공학도를 꿈꾸는 학생 320명이 입학한다. 소수정예다 P.320은 그 상징성을 담은 이름.

이 원두의 선정을 위해 웨이브온 커피에서 기존에 제공하던 원두와 포스텍만을 위해 새롭게 브랜딩한 원두 등을 가지고 교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사전 정보 없이 시음하는 것)을 진행했다. P.320은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 커피콩을 브랜딩 해 로스팅 작업을 거친 P.320은 깨끗한 단맛과 탄탄한 바디감, 길게 이어지는 향기가 장점”이라는 게 포스텍 복지회의 설명. 더불어 우유와 섞어도 맛있는 커피라고 한다. 즐기는 방법도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프렌치프레스, 핸드드립 등 다양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학엔 학생 외에도 교직원 등이 함께 생활한다. 그들도 ‘커미’를 좋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또한, 학교 바깥의 커피전문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학부생과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도 커미를 애용한다. 포스텍 캠퍼스엔 커미 외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포항의 로컬카페 등이 있다. 그중 커미 카페는 가장 접근성이 좋고,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원두커피를 제공하고 있기에 포스텍 구성원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레귤러 사이즈가 2천500원이다. 오픈 당시의 가격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커피 Nearme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커피 Nearme의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얼마 전인 지난 8월 말에는 포스텍 학내 도서관인 박태준학술정보관 1층에 ‘커미 도서관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포스텍은 박태준학술정보관을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개방하고자 리모델링을 추진했고, 1층에 커미 카페가 입점하게 된 것.

커피가 남녀노소 불문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료’라는 사실을 감안해 정신의 향기를 높여줄 책과 향긋한 커피를 매칭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선 커미 1호점인 학생회관점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물론, 웨이브온 커피의 스페셜티 원두도 판매된다. 커미 학생회관점과 동일하게 가격이 저렴하고, 고급 원두도 판매하고 있어 포스텍 구성원들과 도서관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동시에 사랑받고 있다고.

낙엽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 불어오기 시작한 만추지절(晩秋之節). 만약 포스텍 도서관을 찾는다면 향기로운 커피 한잔으로 가을의 우울을 떨쳐보면 어떨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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