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제임스 웹이 찍어 보낸 우주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제임스 웹은 작년 12월에 미국의 나사에서 쏘아 올린 우주 망원경 이름인데,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더 성능이 좋다고 한다. 이제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의 신비만큼 인간의 뇌 역시 아직은 신비의 영역이다. 2년 전 뇌 MRI를 찍었는데 소혈관에 고신호가 발견되었다. 나이 들며 나타나는 정상적인 변화라고는 하지만,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파킨슨 병을 오래 앓으셨고, 어머니의 오빠 두 분과 언니 동생 등 7남매 모두 뇌 질환으로 돌아가셨기에 뇌 질환에 대한 공포가 유별난 편이라 뇌에 관심이 많다.
이런 사연이 없더라도 뇌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12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에게 모두 있을 것이다. 이런 두려움을 해소해줄 뇌 연구 속도는 기대를 넘어선다. 신경과학이라는 용어가 1969년 처음 만들어졌으니 본격적인 뇌 연구 역사는 50년 조금 넘었는데 2019년 미국에서 뇌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성체줄기세포로 장관 오가노이드를 만든 후 10년 만의 성과이다. 작년 8월 한국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기존보다 2배 이상 크게 배양했고, 그 한 달 후 독일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에서 눈을 유도하여 발생시켰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유사체라고 하는데, 세포 분열 이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특정 기관의 세포로 유인해서 그 기관의 기능과 작용을 재현하는 것이다. 장기유사체 개발로 많은 불치병이 치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뇌 장기유사체는 배양지지체에서 배양되기 때문에 아직은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배양된 뇌를 쥐의 뇌에 이식하면 쥐의 뇌와 결합하여 뇌의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혀, 신장, 폐 등의 장기유사체와는 달리 뇌 장기유사체 개발에는 마냥 환호하기 어렵다. 뇌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뇌의 신비가 밝혀지기를 바라면서도 현대 신경과학자들이 프랑켄슈타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뇌 연구의 한계를 정하기도 어렵다.
생명윤리를 연구하는 법학자 최경석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거나 학습 능력이 있다면 주체성이 있는 인간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런 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만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연구라면 뇌를 연구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뇌 과학 연구가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자생물학자 선웅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렵다.
며칠 전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제 인문학은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프랑켄슈타인의 잘못은 괴물을 만들었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괴물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이라던 어느 인문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문학이 뇌 과학자가 만든 뇌 장기유사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임무 이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인문학의 새로운 숙제가 무겁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