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일
새벽 해가 부옇다
간월호에서 잠을 자던 별들이
모래바람 뒤집어 쓰고 눈만 껌벅 껌벅
풀잎의 심장에 사는 파아란 불씨가 비척비척
새벽 성당의 종소리 처얼철 금이 갔나?
옥천사 공양을 알리는 범종소리 누렇게 시들어가고
아직은 간절하게 두 손 비는 벌나비 더러 볼 수 있다
호흡이 가쁜 부춘산 노송
개들도 산소통을 하나씩 물고 다닌다
모래바람에 점령당한 세계. 상황은 절박하고 심각하다. 풀잎의 심장은 ‘비척비척’거리고 노송 역시 바람이 폐에 들어왔는지 호흡이 가쁘다. “개들도 산소통을 하나씩 물고 다”닐 정도다. 모래를 돈으로 치환하면 어떨까. 돈에 지배당한 세계. 그러나 “아직은 간절하게 두 손 비는 벌나비 더러” 있다는 것에 시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저 ‘벌나비’처럼 돈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