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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품으로

등록일 2022-06-16 18:12 게재일 2022-0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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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지난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돼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의 기능을 가지고 ‘대한민국 권부의 심장’으로 숨겨져 왔던 대통령궁이 74년 만에 그 비밀의 문을 연 것이다. 가보고 싶었지만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당첨되어야 했기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단체 관광 기회가 있어 기꺼이 따라나섰다.

이른 아침 출발하여 정오가 지나 청와대 분수를 돌아 도착해보니 일요일이라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입장은 세 곳 정문과 춘추문, 영빈문인데 우리는 영빈문으로 갔다. 안내원이 일일이 인원수를 확인하여 들여보내 주어 경복궁 후원이었던 넓고 깨끗한 뜰로 들어가니 오래된 현대식 건물인 영빈관이 단정하게 손님을 반긴다. 대규모 회의와 국빈영접 등 행사를 했던 곳이다. 10여 분을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하여 덧신을 신고 대접견실에 들어서니 정면 중앙벽에는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둥근 천정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화려하고, 원형 테이블 3개와 태극기만 있을 뿐 한국적 맛을 느낄 장식과 시설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사진만 찍고 나오니 벽면 아래쪽 박정희 대통령의 ‘머릿돌’ 글씨가 선명하다. 다음에 본관을 보려고 뒷문을 빠져나가 보니 긴 행렬이 이어져 있고 그 끝이 구 본관이 있던 수궁(守宮)터다. ‘천하제일복지’라는 비석 앞에서부터 약 45분 정도 구불구불 따라 걸으며 신비로운 소나무와 벙커도 곁눈질하며 대정원에 들어서니 푸른 기와와 전통 목조 구조의 궁궐건축 양식이 아름다운 본관이 북악산을 머리에 이고 위엄이 있다. 1층 로비 입구에서 덧신을 신고 붉은 카펫을 따라가며, 임명장을 수여하던 충무실과 유백색 벽에 커다란 ‘통영항’ 그림이 걸려있는 인왕실을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대통령 집무실은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너무 크다. 텅 빈 책꽂이와 책상 위에 몇 권의 책이라도 놓였으면…. 황금색 벽면과 천정이 화려한 접견실도 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영부인 집무·접견실인 무궁화실을 들여다보니 역대 영부인 11명의 사진이 걸려있어 유일한 볼거리다. 다 보고 나오니 15분 걸렸다.

시간은 빠듯한데 허전한 마음에 구경욕심이 발동하여, 바로 관저로 향하는 일행을 빠져 나와 북악산 등산로의 계단 길을 뛰어올라 미남불이라는 석조여래좌상과 이승만 대통령의 현판 글씨가 멋진 오운정(五雲亭)을 보았다. 숲 위로 광화문 풍경이 보이는 오솔길을 내려오니 땀이 흠뻑 하여 작은 연못 속 돌에 동전 1개를 던져보았다. 마지막으로 관저에 갔는데 줄을 서지 않아 바로 인수문(仁壽門)으로 들어갔다. 전통한옥으로 침실, 주방 등이 있으나 들어가 볼 수는 없고 한 바퀴 돌며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았다. 대통령 부부가 살기에는 넓은 것 같다.

부근의 침류각(枕流閣)도 둘러보고 춘추문으로 갔더니 헬기장에는 천막이 늘어서 있다. 이어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정원인 녹지원을 지나며 아름드리 반송과 소나무 숲속의 상춘재(常春齋)를 멀리서 보고는 정문을 나와 청와대를 되돌아보았다.

앞으로 잘 가꾸어 아름다운 공원과 역사박물관 등 국민을 위한 역사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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