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비가 내린다.
흠씬 젖는 육체와 정신이 없고
그 사이가 흥건하다. 사랑이여 이대로
사이와 사이만 남아 가시화하는
거울과 거울의 대면 속으로
내 모든 것을 너의 것으로
펼쳐다오.
난해한 육체의 꽃잎과 꽃잎과 또 꽃잎과
겹쳐지는 꽃잎들과
육체적인 정신의 꽃잎들과
단 한마디, 등 뒤에 네 숨결과
비에 젖은 육체와 정신이 사라지고 그 사이만 흥건히 남아 있다.
시인은 사랑에게 청원한다. 거울과 거울의 사이와 사이, 그 대면 속에 “내 모든 것을 너의 것으로/펼쳐”달라는 청원. 이 ‘내 모든 것’이란 무엇인가? 거울과 거울 사이에서, 육체와 정신 사이에서 겹쳐지는, “육체적인 정신의 꽃잎”이다. 사랑은 그 “내 모든 것”을 “등 뒤에 네 숨결”로 펼칠 수 있다. 이 꽃잎을 역사 또는 삶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