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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후(부분)

등록일 2022-02-08 19:59 게재일 2022-0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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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비가 내린다.

흠씬 젖는 육체와 정신이 없고

그 사이가 흥건하다. 사랑이여 이대로

사이와 사이만 남아 가시화하는

거울과 거울의 대면 속으로

내 모든 것을 너의 것으로

펼쳐다오.

난해한 육체의 꽃잎과 꽃잎과 또 꽃잎과

겹쳐지는 꽃잎들과

육체적인 정신의 꽃잎들과

단 한마디, 등 뒤에 네 숨결과

비에 젖은 육체와 정신이 사라지고 그 사이만 흥건히 남아 있다.

 

시인은 사랑에게 청원한다. 거울과 거울의 사이와 사이, 그 대면 속에 “내 모든 것을 너의 것으로/펼쳐”달라는 청원. 이 ‘내 모든 것’이란 무엇인가? 거울과 거울 사이에서, 육체와 정신 사이에서 겹쳐지는, “육체적인 정신의 꽃잎”이다. 사랑은 그 “내 모든 것”을 “등 뒤에 네 숨결”로 펼칠 수 있다. 이 꽃잎을 역사 또는 삶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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