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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주파수

등록일 2025-06-29 17:55 게재일 2025-06-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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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만지면 사랑과 불안이 손끝에 맺힌다

돌의 주파수는 침묵의 주파수다

깊은 안쪽 소용돌이에서 자라는 사랑

나는 이 돌에서 저 돌에게로 고백을 옮겨 담는 사람

어둠 속에서

 

나는 나의 유전자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가시들을 건져내고 있다

잡음이 많은 심장의 주파수

입을 벌리면 목젖에 걸린 가시가 어떤 방향을 가리킨다

새벽 세 시 내 몸은 가장 둥글게 구부러진다

밖으로 터져 나가지 못한 채 안으로 깊이 떨어지는 숨

점점 반죽 덩어리가 되어가는 몸

나는 어느 날 구(球)가 되어

가장 고독한 주파수 하나 몸 안에 가지게 될 것이다

누구나 마음 안에 침묵으로 이루어진 돌을 가지고 있을 테다. “만지면 사랑과 불안이 손끝에 맺”히는 ‘침묵-돌’. 그 속에는 사랑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시인은 돌 속의 사랑을 다른 이의 돌을 향해 고백하는 사람이다. 그 일은 “가장 몸이 둥근 차돌처럼 구부러지고, 숨이 “안으로 깊이 떨어지는” 시간인, 어둠 짙은 “새벽 세 시”에 이루어진다. 그 시간엔 “주파수 하나” 솟아나 사랑을 다른 돌에게 고백할 수 있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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