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프레베르(함유선 옮김)
새들이 무수히 불을 향해 날아든다
무수히 그들은 떨어지고 무수히 그들은 부딪치고
무수히 눈이 멀고 무수히 부서지며
무수히 그들은 죽어간다
등대지기는 이런 일을 차마 견딜 수가 없다네
새들을 그는 새들을 몹시 사랑하니까
그대 그가 말한다 어쩔 수가 없어 될대로 되라지!
그는 불을 모두 꺼버린다
멀리서 짐 실은 배 하나가 가라앉는다
섬에서 오던 배
새를 싣고 오던 배
섬에서 온 무수한 새들
물에 잠긴 무수한 새들
..
위의 시는 어떤 슬픈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배를 인도하기 위한 등대가 있다. 이 등대 불빛에 새들이 날아든다. 불빛에 눈이 멀어 등대에 부딪친 새들은 “무수히 죽어”가고, 새를 사랑하는 등대지기는 등대 불빛을 꺼버린다. 그러자 “섬에서 오던 배”가 어디에 부딪쳐 가라앉는다. 그 배는 “섬에서 온” “새를 싣고 오던 배”여서, 새들도 수장된다. 선한 마음이 더 큰 비극을 가져올 때가 있다. 생각을 버리면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