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
내 손은 나도 몰래 죽은 나무를 만지고 있었다
죽은 나무는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웠으나
내 손이 닿자마자 앗 소롯해지는 것이었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예쁜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은밀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죽은 나무가 죽은 채로 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사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이파리와 꽃과 열매와 헤어졌다 해도
죽은 나무는 온종일 서서 기다리다 죽은 나무는
기다림이 벌레로 태어나 나비가 될 때까지
내가 죽어도 당신을 잊을 수 없음을 알 때까지
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 (….)
불꽃이란 무엇인가. 솟아오르는 생명이 지글거리고 있는 것, 그것이 불꽃일 것이다. 시인은 저 부드럽게 죽어 있은 나무속에 마치 불꽃처럼 ‘예쁜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들은 태초의 식물인 이끼처럼 나비로 되는 새로운 삶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신생의 잠재성이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사랑-이 “나무의 살 속에서” 꼬물거리는 벌레를 낳았으므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