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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 와서 새소리를 듣는다

등록일 2021-12-22 20:35 게재일 2021-12-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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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대나무는 날지 못하는 새들의 영혼

 

대숲은 날지 못하는 새 떼들의 망명지

 

나라 없는 영혼처럼 대나무가 운다

 

이미 뼛속을 다 비웠으니 곧 날아가리라

 

지난여름에도 기대하였으나

 

올해도 대숲에 와서 다시 새소리를 듣는다

날지 못하는 새,

 

망명지의 영혼,

 

피리처럼,

 

슬픈 피리 소리처럼,

 

이미 뼛속을 다 비웠으나 날아가지 못한

 

새소리를 듣는다. 대숲에 와서.

 

대나무는 “날지 못하는 새”의 뼈이자 영혼이다. 그래서 대숲은 “날지 못하는 새 떼들의 망명지”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이 내고 있는, “슬픈 피리 소리”와 같은 울음소리는 올해도 날지 못해 우는 ‘새소리’와 같다. 시인은 그 새소리가 바로 자신의 울음소리와 같다고 여긴다. 시인 역시 날고 싶어서 뼛속을 비웠으나, 저 대나무처럼 여전히 날지 못하고 있다. 하여, 그는 시를 쓰며 울고 있는 ‘대나무-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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