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년의 역사 속에서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우리는 어느날 갑자기 다양한 이주배경의 사람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잖은 당혹감을 교육 현장에서도 가지게 된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이주의 현재 모습은 초기 특정 20∼30대의 연령층에서 벗어나, 전 세대를 걸쳐 진행되고 있다.
2021년 통계를 보면 이주배경 아동 수는 30만 여명에 이른다. 학령기 아동의 수도 18만 여 명이다.
다문화가정아동의 학습권은 아동의 기본 인권이자 미래 사회의 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2차 기본계획에서부터 ‘사회발전 동력으로서의 다문화가족역량강화’를 기본 목표로 설정해 ‘다문화가족자녀의 성장과 발달’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업에도 불구하고 다문화아동들의 학교 생활은 여러 형태의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의 부모들이 국내 공교육 경험이 없다. 이런 부모들이 세계에서 가장 교육에 관심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필자가 2018년부터 3년간에 걸쳐 공동으로 수행한 ‘경상북도다문화가정청소년의 학교적응실태와 지원방안’과 ‘경상북도 다문화청소년의 진로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방안’ 연구에서도 이들의 한계점이 나타났다.
다문화청소년이 학교적응에 미치는 요인을 4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개인적 요인으로는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거나, 부모의 외모가 외국인임이 명확하게 드러날 경우 자아정체성 고민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또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문제해결 능력에 있어 자기 효능감이 문제로 나타났다.
둘째, 가정적 요인으로는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부모의 양육태도, 부부관계가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셋째, 학교 생활적 요인으로는 학교생활의 태도, 학교의 수업, 또래 친구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로 나타났다. 넷째, 거주지역별 요인으로는 농어촌 지역 거주, 도심지역 거주, 도시 근교 산업단지 지역 거주였다. 이런 문제점들이 다문화 아동에게서는 낮은 학업 성취의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경상북도에서는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2015년부터 이중언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중언어 환경 조성을 위해 이중언어 강사양성과 보수교육을 통해 250여 명의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12억원의 예산으로 지역별 강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방학을 통해 중국과 베트남 국내외를 격년제로 현지 이중언어 캠프를 진행해 두 개의 언어와 문화의 경험을 통해 글로벌 인재양성 및 정체성 확립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다문화가정자녀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학교 공부가 어려워서가 63.6%로 나타났다. 특히 중도입국자녀는 학교공부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95%로 나타났다. 경북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아동의 학업 격차를 해소하고자 학습 및 진로지원사업을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경북도내 10개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4학년과 5학년 각각 10명씩 100명을 선정해 부모와 사전 설명회를 통해 본 비대면 학습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학습 멘토로는 도내 사법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50명을 선발해 진행했다. 사후 평가에서는 전원이 학업 성취가 향상이 되었고 자신감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노력에 비해 사업의 확대성에서는 달팽이 걸음이다. 항상 소수자의 권리는 정책의 주변부이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의 인적 역량은 지역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다문화가정 아동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책 시행이 멀리 유엔의 아동권리헌장을 말하지 않아도 모든 아동들이 출발선에서 특정 이주배경으로 인한 교육적 불평등이 해소되어야만 도민의 미래 생산성도 담보할 수 있다.
2022년 지방 선거에서는 지역에 살고 있지만 세계 시민이 되는 글로컬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해 그 출발을 평등하게 하는 공약들이 개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