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업
가난을 움켜쥐고 살았다
(….)
빈 박스와 폐지 따위가
노파의 굽은 키를 기분 좋게 넘길 때나
터무니없이 모자라 텅 빈 리어카조차 무거울 때면
저울 눈금이 노파의 근심을 조절해왔다
노파가 평생을 져 나른 궁핍
그러나 궁핍으로부터 은혜를 입은 적은 없어 보였다
리어카의 걸음을 힘들게 했던 궁핍의 무게 또한 얼마나 될까
몸져눕게 된 노파는 리어카를 떠올리며, 서로가 실컷 끌어주고도
서로에게 짐이 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
신앙심이 한풀 꺾인 텅 빈 리어카마저
맥없이 주저앉아
혼자 일어서지 못한다
“가난을 움켜쥐고” “궁핍을 평생 져” 날랐을 뿐인 저 노파에게는 자신의 노동과 항상 같이 했던 리어카가 삶의 유일한 동반자다. 그래서 리어카가 의인화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노파는 무거운 짐만 지게 했던 리어카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반면 리어카는 노파가 몸져눕게 되어 텅 빈 상태로 있게 되자 가난으로부터의 탈출이 신앙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맥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슬픈 엇갈림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