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훈
저마다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순대같이
권선시장 어디쯤 한길로 닳아진 골목 있지
숨이 끊어질 때까지 목줄을 잡고 있던
입과 항문이 뱉어 낸 구부러진 거리마다
비워 내고도 충만한 생애 입김이 서려 있네
다만 터져 나오는 전생의 입구를 막고
시작과 끝을 둥글게 포개는 몸피
손발 없이 내장으로만 피어났다
오래 만져 왔거나 많이 걸어온 것들의 식사
휘청거리는 전·생·애를 건너가는
고단했던 오장육부가 담긴 욕계 한 그릇
꽉 찬 창자로 텅 빈 창자에 머물다 가네
피가 내장이 되고 내장이 피가 되어
삶은 삶이 한길에서 환생하는
여기는 도솔천
국민 간식인 순대에 대한 시적 인식을 보여주는 이 시는 “삶은 삶이 한길에서 환생하는”과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유희를 통한 유머를 보여준다. 순대로부터 “손발 없이 내장으로만 피어났다”는 진술 역시 발랄한 시인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순대의 “시작과 끝을 둥글게 포개는 몸피”와 같이 삶이란 끝과 시작, 바깥과 안이 엉켜 있다는 역설적인 시적 인식이 돋보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