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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힘내요” 교묘한 선거운동 현수막 ‘골머리’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12-05 19:58 게재일 2021-12-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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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選 겨냥해 정당·이름 등 명시하고 지정 게시대 외 내걸어 불법 <br/>주민들 “만 18세 투표권 의식 얌체짓… 의도 느껴져 때마다 불쾌”

기성 정치권 불법 선거운동이 교육현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내년도 지방선거 출마 예정 정치인들이 선거법 개정으로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지는 학생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너도나도 일선 학교 주변에 불법 현수막을 게재해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5일 오후 포항시 북구 중앙고등학교 인근. ‘힘내세요. 수험생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한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특히 글귀 바로 옆에는 내년에 포항시장 출마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한 정치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근처에 위치한 동지여자고등학교의 정문 앞에도 동일한 가로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포항지역 일부 이면도로에는 신호등과 가로수 사이사이마다 지자체장과 기초의원, 출마 예정자들의 현수막이 대거 걸려 있다. 응원 메시지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옆에 정치인의 이름과 사진, 정당을 기재해 놓은 건 마찬가지였다. 이들 현수막은 수능이 치러진 지 무려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게첨된 상태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지정 게시대가 아닌 도로시설물, 가로수 등에 내걸린 현수막은 불법이다.


특히 대구·경북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2022년 6월 1일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180일 전인 지난 3일부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간판·현수막 등의 광고물을 설치·게시하는 행위, 표찰 등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도 금지되고 있다. 그로 인해 지방선거 입후보예정자의 성명·사진 등이 게재된 거리 현수막 등 시설물은 지난 2일까지 자진 철거하도록 되어 있다.


포항시민 A씨(45)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수능 응원뿐만 아니라 명절 인사, 정책 홍보 등의 다양한 이유를 들며 불법 현수막을 내거는 ‘얌체 정치인’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며 “자극적인 색과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볼 때마다 정치인들의 의도가 느껴져 오히려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5일 포항시 남·북구에 따르면 수능이 치뤄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11일 이후부터 수능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현수막 민원 접수가 끊이지 않았다.


민원의 주요 내용은 ‘수능 응원을 핑계로 자신의 정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매년 연례행사 때만 되면 도심 곳곳에 정치인들의 똑같은 PR문구가 걸려 있어 지겹다’, ‘공정하게 선거를 해야 하는데 규모가 큰 당에 소속된 후보자는 현수막을 많이 걸어 홍보를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한 일부 후보자는 자신의 홍보를 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형평성에 맞지 않아 보인다’ 등이 주를 이뤘다.


우후죽순 들어선 불법 현수막은 보행에 방해를 줄 뿐만 아니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남·북구는 우현사거리, 육거리, 5호광장, 두산 위브 사거리, 흥해로터리, 달전삼거리, 형산로타리, 대잠사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과 이면도로 등에 게첨된 정치인들의 수능 응원 현수막을 최근까지 50장 넘게 수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담당부서는 설날과 추석 등 각종 행사가 겹칠 때마다 정치인들의 현수막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추석 회수한 현수막이 150여 장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남·북구는 모두 8명의 자체 정비관을 채용해 일주일 동안 순환 근무를 시키며 불법 현수막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 각 읍·면·동에도 불법 광고물 제거 인력을 1명씩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익명을 요구한 일선 공무원은 “불법 현수막을 게재해 두고 직접 현수막을 회수해 간 정치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주말에도 현수막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수막을 여기저기 많이 걸어둬서 업무가 끝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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