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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행기 뜨면 멈추는 삶···포항 군 소음 피해 현장의 절규

김보규 기자
등록일 2026-01-12 15:55 게재일 2026-01-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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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동해면 도구2리 마을회관 상공을 해군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포항은 포항비행장(K3), 해상 사격장, 육상 사격장 등 군 소음 밀집 지역이다. 동해면 도구1·2리, 흥해읍 칠포1리, 장기면 수성·산서 일대는 수십 년 동안 군사훈련과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견뎌온 지역이다. 소음은 주거 환경 붕괴와 재산권 침해, 생계 위협, 인구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군 소음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동해면 도구1리는 포항비행장(K3)과 예비군 훈련장에 둘러싸였다. 항공기와 헬기가 저공비행을 반복하고, 사격과 훈련도 계속된다. 포항비행장이 확장되면서 마을과 거리가 더 가까워졌고, 소음 피해도 심해졌다. 조영래(57) 이장은 “평당 50만 원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소음과 군사시설 인접 지역이라는 이유로 땅값이 급락했다”고 했다. 헐값에 땅을 팔고 나간 주민 대신 외지인이 도구1리 토지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주민의 90% 이상은 70~90대이고, 젊은 세대는 없다. 마을에는 슈퍼마켓이 없고 병원은 멀다. 빈집만 늘어난다. 조 이장은 “집을 보러 왔다가 항공기 소리 들으면 바로 돌아간다”라면서 “군부대 때문에 생활·교육·교통 여건이 와르르 무너졌다”며 혀를 찼다. 

도구2리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마다 건물 위를 스치듯 지나고, 4~5층 높이의 주택에서는 비행기 동체가 눈앞을 가로지른다. 컴퓨터 작업 중 비행기가 지나가면 전원이 꺼질 정도이고, TV를 보는 중에도 화면이 끊길 때가 많다. 서정순씨(72)는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자야 하는데 바로 옆에서 비행기가 날아간다. 사람이 미쳐버린다”고 말했다. 이형숙씨(77)는 “포항지진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드르륵’ 소리만 나도 벌써 놀란다”며 “작은 진동에도 매우 놀라게 된다”고 호소했다.

소음은 주거 환경 자체도 흔든다. 비행기 이착륙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으로 집 전체가 흔들리고, 창틀과 벽에는 금이 간다. 도구2리 일대 주택은 대부분 70~80년 된 노후 주택으로 지진 이후 생긴 균열이 비행기 진동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칠포해상사격장과 가까운 칠포1리는 사격이 시작되면 해경과 군 보트가 어항 출입을 통제한다. 어민 정정수씨(74)는 “사격하는 날은 해경이 와서 나가는 길을 막아버려 꼼짝없이 조업을 못 한다”며 “오도리나 청진리 쪽은 멀리 돌아서 작업 할 수 있는데, 칠포리는 유일하게 완전히 막힌다”고 말했다. 

사격 예고가 떨어지면 어민들은 하루 벌이를 포기한다. 그물을 깔아두고 철수를 못 하면 하루만 지나도 어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태풍 주의보나 기상 악화와 겹치면 며칠씩 조업을 못 하는 때도 있다.  김덕출씨(72)는 “사격하는 날은 밖에 나가기도 무섭다”며 “유탄이 떨어진 적도 있었고, 갑자기 총소리가 나면 애들도 어른들도 놀란다”고 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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