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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역시 봄동이지”⋯‘두쫀쿠’ 밀어낸 초록빛의 역주행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3-04 14:21 게재일 2026-03-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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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 /클립아트코리아

봄기운을 가득 머금은 봄동. 그 위로 노른자가 톡 터지는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고소한 참기름을 두른다. 

최근 소셜미디어(SNS) 피드를 점령한 주인공은 화려한 디저트가 아닌 투박한 ‘봄동 비빔밥’이다. 한때 오픈런을 부르던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열풍이 잦아들자 그 자리를 제철 채소인 봄동이 꿰찼다.

4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봄동’ 키워드의 검색량 추이는 지난 1일 기준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7배, 1년 전보다 무려 11배나 폭증한 수치다.

이러한 열풍의 기폭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18년 전 KBS 예능 ‘1박 2일’에서 개그맨 강호동이 봄동 비빔밥을 먹던 과거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 해당 장면을 편집한 숏폼 콘텐츠는 조회수 500만 회를 넘어서며 젊은 층의 식욕을 자극했다.

관심이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봄동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대형 마트 기준 2000~3000원이던 큰 봄동 한 단의 가격은 6000~7000원대로 치솟았다.

비싸진 금액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를 ‘알짜 식재료’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퇴근길에 마트를 찾은 직장인 이모 씨(27·포항시 남구 인덕동)는 “봄동 가격이 오르긴 했어도 디저트 쿠키 한 개 값과 비슷하다”며 “자극적인 단맛에 질려가던 차에 신선한 채소로 직접 차려 먹으니 가성비와 건강을 모두 챙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도 뜨겁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예전에는 봄동을 주로 어르신들이 사 가셨는데 요즘은 젊은 손님들이 먼저 찾는다”며 “들여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열풍이 단순한 계절적 유행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소비 양상’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권상욱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시세 급등의 배경으로 정보의 전파 속도에 주목했다. 

권 교수는 “인공지능(AI) 마케팅과 소셜미디어가 개인의 취향을 정밀하게 공략하면서 구매 욕구의 파급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민해졌다”며 “폭발적인 수요를 공급이 미처 뒷받침하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이 단가 상승을 견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2030 세대는 선호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비용 부담이 늘어도 지출을 유지하려는 ‘비탄력적 구매 성향’이 뚜렷해 유통 주체들이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은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인의 동조 기제와 이색적인 자극에 대한 갈망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 특유의 타인과 보조를 맞추려는 심리가 SNS를 매개로 전례 없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며 “기성세대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봄동이 젊은 층에게는 오히려 ‘힙한 신상품’이나 신선한 체험으로 재발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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