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옹관의 생김새를 보면 참 이상야릇하다
큰 옹관 속에 작은 옹관이 들어박힌 모양이
꼭 남녀가 교접하는 장면 같다
마지막 주검을 담는 옹관을 두고
그 무슨 불순한 생각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내게는 그렇게만 보인다
모든 생명의 탄생이 거기서 비롯됐으니
죽음도 그렇게 갈무리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그러한 상상이 전혀 불순하지 않다
오히려 신성해서 마음이 숙연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타원형의 저 옹관이
자궁이나 알이나 씨앗으로 보이는 것도
그 속에 누워 있는 주검이 주검만이 아니라
새로 태어날 생명도 함께 누워 있다는 것
(….)
죽음은 생명을 품기 때문에 생명 세계는 중단되지 않는다. 모든 생명들이 죽음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가 생명 있는 존재들로 계속 유지되어 가는 것은 새 생명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새 생명들의 탄생은 에로스의 즐거움으로 이루어진다. 저 “남녀가 교접하는 장면” 같은 모양의 옹 ‘관’은 바로 생명을 품은 죽음의 형상이다. 그래서 저 옹관은 “자궁이나 알이나 씨앗으로 보이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