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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 숲이 풍경소리를 낸다

등록일 2021-11-22 19:14 게재일 2021-11-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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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정

쑤지커(栗枝科)가 만든 나무숲은 석질점토질이다

그 나무숲이 풍경소리를 낸다

나는 그 나무숲에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가 저의 물이라고 여기가 저의 바다라고 지느러미를 흔든다는

생각을 한다

다랑어 새치 사루기 꽃피리,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흔들

때마다 깊이 재웠던 기억들이 살아난다는 생각을 한다

햇빛 내리비치는 여울에서 나뭇가지가 품고 있는 기억들이 살아난다는

생각을 한다

풍경이 소리를 이끌고 그 소리는 물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소리가 물꼬를 트는 것이다. 넘실거리는 물은 시인을 “깊이 재웠던 기억들”로 인도한다. 그 기억은 시인의 기억을 넘어 사물의 꿈으로까지 연결된다. 자연에서 물은 피와 같아서, 자연의 생명력은 이 물의 흐름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물은 돌 사이의 작은 틈까지 놓치는 법 없이 평등하게 스며들고 돌들의 숱한 삶을 물소리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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