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종숙
높은 곳에 홀로 들어앉아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도 무심하게 듣고 흘리고
내 안에 이는 세찬 바람도
내 안에 흔들리는 망념의 잎사귀들도
어느 결엔가 손 가는 대로
걷어내고 걷어내어
맑고 정갈한 한 채의 까치 둥지를
아득히 먼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 두었구나
지상의 삶이 다하면
내 갈 곳이 바로 거기
높고도 고결한 집에 나는 살고 싶다
시인은 저 새들의 둥지처럼 말들을 통해 독자가 거주할 장소-시-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시인이 갖고자 원하는 둥지와 같은 시 작품은 어떠한 시일 것인가. “높은 곳에 홀로 들어앉아” 있는 ‘둥지-시’는 지상과 신이 계신 하늘 사이에 있다. 그래서 시인은 “지상의 삶이 다하면/내 갈 곳이 바로 거기”라고 말한다. 이 ‘둥지-시’는 삶을 흔들리게 하는 “망념의 잎사귀들”을 “걷어내며/맑고 정갈한” 모습으로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