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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은 날개가 된다

등록일 2021-11-14 18:43 게재일 2021-11-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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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미

날개가 없는 바위는

멀리 산등성이를 기웃거린다

복사꽃 핀 야트막한 언덕에서

지평선을 기어가는 노을에 마음을 빼앗겼고

수직으로 하강하는 한 줄기 햇살에도 설레었다

꽃잎들의 함성을 듣지 못했고

소나기에 젖은 들판을 뛰어보지 못했으나

무논에 뜬 달을 무심히 바라보며

대숲의 바람소리를 그리워했다

먼 하늘 배회하는

한 무더기 구름을 따라 떠돌기도 했다

소중한 것은 곁에 있는 법

풀잎들이 소곤거리며 뱉어낸 씨앗들

바람에 떨어졌다 다시 살아나

어여쁜 눈물을 나눌 때

제 자리를 받아들이는 바위

숨겨놓은 울음은 날개가 된다

알다시피 바위는 한 자리에 붙박여 있을 뿐, 비상할 수 있는 날개가 없다. 하지만 자유로이 비상하여 날아다니고 싶은 열망은 가지고 있다.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가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위에게 날개를 제공해준 것은 바위처럼 땅에 붙박여 있어야 하는 풀잎들이다. 풀잎들과 눈물을 나눈 바위가 “제 자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숨겨놓은 울음은 날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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