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수
컹컹 짖는 언덕 아래와 건너다보이는 불빛과 나는
조용한 삼각
늦은 밤을 견디는 꼭짓점들이다
소문은 잠들어
남은 불빛을 당겨
내가 다 써버렸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깜깜한 나를 환히 볼 수 있다
미래를 보기 위해
접질린 길은 한걸음 물러서야 보이고
더 아파본 뒤에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모두가 잠든 밤에 ‘나’는 저 “남을 불빛을 당겨” 써서 시를 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세계를 읽어내는 이 시 쓰는 시간, ‘나’는 불빛이 비쳐 가시화된 언덕 아래 풍경을 통해 “깜깜한 나를 환히 볼 수 있”게 되며, “미래를 보기 위해/접질린 길” 역시 볼 수 있게 된다. 시 쓰기를 통해 가시화되는 별빛 아래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던 마음을 들추어내며 “빠져나갈 구멍”이 될 미래의 길까지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