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서
발포비타민 아닌 구운 햇빛 알갱이를 달라는 건
봄날의 주문
까맣게 구운 손으로 은화를 구걸하는 이도 있다
편의점 아줌마가 꺼내는 별모양 쿠키에는
대추야자 씨앗을 닮은 초콜릿이 박혀있다
강아지 콧등에서 하품이 구워진다
간혹 밤의 라디오가 구워주는 음악편지가 빵 속보다 촉촉하다
아줌마의 오븐바닥에 눌어붙기도 한다
이 유리창은 젖은 것부터 먼저 구워낸다고
빗방울 마른 얼룩이 불똥으로도 보인다고, 중얼거린다
위의 시에 등장하는 편의점에서는 편의점 아줌마가 준 별모양의 쿠키도 공간의 환상적 변환을 일으킨다. 그리고 이 변환 속에서 놀랍게도 모든 것들이 구워지기 시작한다. 강아지의 하품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편지까지 말이다. 그곳에서 음악은 “오븐바닥에” 찐득하게 눌어붙는다. 이는 이 공간이 예술이 숙성하는 곳임을 의미하는 것일 터, 그래서 이곳은 시가 구워지는 장소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