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밭을 매다 보면
미처 파내지 못한 돌멩이를 만날 때가 있다
언젠가 영역 밖으로 밀려날 운명임을 알면서도
흙의 멱살 꽉 그러쥔 채 놓아주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낸 부분만으로도
얼마나 환한 상처인지 알 수 있지만
어둔 햇빛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
파면 팔수록 더 깊이 제 모습 드러내는,
내 가슴에도 단단히 박힌 상처 하나 있다
늦은 밤 취기에도 풀어 놓지 못하는, 그래서 더
사랑은 재미없는 게임이었을 게다
(….)
돌멩이 하나 파낸 자리
밭의 배꼽 같다
위의 시에서 실패한 사랑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처는 밭에 박혀 있는 돌멩이로 비유된다. 그러니 밭은 시인의 마음을 비유한다. 그래서 “돌멩이 하나 파낸 자리”가 “밭의 배꼽 같다”는 진술은 상처를 파낸 자리가 마음의 배꼽 같다는 말이겠다. 어머니의 탯줄이 잘린 흔적이 배꼽이니, 시인에게 마음의 어머니는 상처인 것. 상처가 시인의 마음을 어머니처럼 키웠던 것이다. <문학평론가>